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테러 참사를 당한 후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해 테러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경악, 슬픔, 분노와 이에 따른 보복 심리의 발현이 더 큰 비극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비극의 근본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숱한 논의가 있다. 문명충돌론이 새삼 거론되고, 인종갈등론이 나오는가 하면 종교상극론, 영토분쟁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테러의 근본 원인을 미국의 ‘국익 무한 추구 정책’이라고 본다. 미국이 더 힘이 세지고 더 잘 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힘을 휘두르는데 대한 못 살고 힘 약한 나라들의 반발과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국제적 비난을 받아가면서 무한 추구하는 국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민에게 보다 값싼 자동차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 분쟁에 개입하고, 미국민의 문화와 가치를 지구 구석구석까지 보편화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세계화를 밀어붙여 왔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있다. 미국이 테러까지 당하면서 추구하는 국익의 혜택을 받는 미국 국민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미국은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가 공존하는 ‘복합국가’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세계의 축소판, ‘작은 세계’이다. 그 안에는 백인 흑인 동양인 등 온갖 인종이 모여 살면서 미국 국익의 혜택을 받는다. 다시 말해 미국 국익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한 민족, 한 인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다. 거기에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랍인도 있고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도 있다.
그렇다면 ‘작은 세계’인 미국의 국익 추구는 미국 땅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 국경선 안에 사는 세계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나, 국경선 밖에 있는 세계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국경선의 개념이 무너지고 지구촌이 된 지금, 국익의 개념 또한 국경선의 범위를 벗어나 범지구적, 범인류적 이익 추구가 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의 건국 이념은 자유, 평등, 평화이다. 이런 이념은 결코 미국의 영토 안에서만 이뤄져야 할 가치가 아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한 ‘국민을 위한(For thePeople)’ 또한 미국 땅 안에 사는 미국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라는 기도는 ‘신이여 세계를 축복하소서(God Bless World)’로 바뀌어야 한다. 세계 인구의 4.5%가 세계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나라, 2위부터 10위까지 9개국의 방위비를 합친 액수와 맞먹는 돈을 방위비로 쓰는 나라, 미국은 이미 신의 축복을 충분히 받았다. 이제는 신의 축복을 보다 넓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다. 이것이 미국이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참된 정의다.
장 동 만(재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