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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 응징전]시민-이슬람계 표정

입력 | 2001-10-08 18:44:00


8일 대부분의 시민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소식에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전쟁이 국내 경제 및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비상근무령이 내려진 주요 관공서의 공무원들과 대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미국의 보복전쟁 시작 소식에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면서 이날 오전 서울시내 출근길 교통체증은 평소보다 20∼30분 앞당겨졌다.

카풀을 이용해 서울 시내로 출근하는 회사원 정모씨(44·경기 성남시)는 “출근길 1시간여동안 차를 같이 탄 사람들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모두 이번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개인과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원들은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번 전쟁의 성격에 대해 토론을 하거나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서울 강남의 모 벤처회사에 다니는 서정재(徐正宰·33)씨는 “미국이 이번 전쟁을 대(對) 테러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대 이슬람 전쟁이 되고 말 것”이라며 “이럴 경우 미국의 최우방국임을 자임해온 우리나라에도 어떤 형태로든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의 전쟁개시 직후 비상근무령이 내려진 주요 정부기관의 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은 새벽 출근으로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공무원은 “지난달 미국 테러참사 이후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한달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으나 하루 속히 전쟁이 수습되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본토에 제2의 테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면서 일부 시민들은 미국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예정된 미국 출장이나 유학 등을 재조정하기도 했다.

여의도 모 투자자문 회사에서 일하는 성모씨(31)는 “직원 상당수가 출근직후 인터넷 실시간 메신저나 e메일 등을 통해 미국의 가족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어보았다”며 “미국이나 영국에 다시 한번 테러가 일어난다면 이는 뉴욕 테러보다 훨씬 큰 심리적 충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려던 대학원생 이모씨(29)는 “부모님들이 그냥 올해 국내에서 취업한 뒤 미국내 테러위협이 줄어든 몇년 후에나 유학을 떠나라고 권유하셨다”며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 내 인생에 영향을 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들도 이번 전쟁이 자신들의 취업 전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취업관련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K대 경영학과 4학년 강모군(27)은 “보복전쟁과 보복테러가 이어져 국제 경제가 더욱 악화된다면 올 하반기 취업시장엔 비전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다가 취업재수생이 되는 게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올초 외국계 항공사에 승무원으로 취업한 정모씨(24·여)는 “지난달 테러사태 이후 항공업계가 위축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됐던 출국과 입사가 미뤄졌다”며 “뉴욕 테러에 보복전쟁까지 일어나자 주위에서는 다른 곳에 취업하라는 충고도 한다”고 털어놨다.

○…8일 낮 12시 평소 월요일과 다름없이 10여명의 아랍계 이슬람교도들이 주흐르(정오예배)를 올리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을 찾았다.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성원 정문을 지키고 있어 삼엄한 분위기였지만 예배객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

파키스탄인 살만(34·사업)은 “미국이 언젠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공습 소식을 듣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파키스탄인 아니프(31·사업)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이번 공습으로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숨진다면 미국은 이슬람권 전체의 반발을 살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출근한 파키스탄을 비롯한 주한 아랍권 대사관 직원들은 미국의 공습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 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9시경 정시 출근한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미국의 공습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한국인 직원은 “근무는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대사를 비롯한 전 직원들이 별다른 대화가 없어 매우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점가는 미군부대의 경계령 등으로 평소보다 길거리를 오가는 미군 병사들의 수가 줄긴 했지만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

버거킹 이태원지점 안창남 지점장은 “미군 손님이 절반 이상 줄긴 했으나 외국관광객들과 국내인들은 미국의 공습소식에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 정문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미군 병사들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회피했다.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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