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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인과 북한 출신 청년과의 반세기에 걸친 애절한 순애보가 발굴되어 소설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소설가 권현숙씨가 루마니아 현지에서 취재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루마니아의 연인’(민음사)이 그것이다. 한국전쟁 직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루마이나인 여교사 제로르제따 마르초유(67)씨와 북한 남성과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현대사에서 잊혀진 에피소드가 깔려있다. 바로 1952년부터 1950년대 말까지 북한이 전쟁고아들을 대거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구권 공산국가에 위탁 교육시킨 사실이다. 권씨가 알아본 바로는, 루마니아의 경우에는 1952년부터 58년까지 해마다 약 3000명 가량의 북한 고아를 받아들였다.
소설은 당시 루마니아에 세워진 10여곳의 위탁 교육시설 중 러시아 국경지역 북부도시 뜨르고비시데 조선학교가 무대. 주인공인 마리아 에네스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마르초유씨는 1952년 사범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18세였던 그녀는 소설속 김명준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북한인 청년교사(당시 26세)를 이 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동료들의 눈을 피해서 사랑을 키워가던 두 사람은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북한 공산당의 승인을 받아내어 57년 4월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국제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1959년 북한의 지시로 루마니아의 조선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북한에서 온 학생과 함께 부부는 북한으로 소환된다. 소설은 마리아가 김명준을 따라 북한행 시베리아 열차에 몸을 싣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