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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브리짓 존스의 일기' "딱 내 얘기야!"

입력 | 2001-09-07 16:39:00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꽤 괜찮은 직업에, 동년배 남자들이 받는 연봉 이상의 돈을 벌며, 혼자 사는 30대 미혼 혹은 독신여성이 많다. 이들은 온갖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독신자용 오피스텔에 살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고, 휴일이면 훌쩍 여행도 떠날 수 있다. 남편, 아이 뒤치다꺼리할 필요 없고 주부습진에 걸릴 염려도 없는 이들을 두고 누군가는 ‘화려한 싱글’이라고 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에서 나이 찬 독신여성의 삶이란 그리 우아한 것만은 아니다. 다들 말이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도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보면 ‘결혼을 못한 걸까, 안한 걸까’라고 자기 일처럼 궁금해하기 일쑤고,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까지도 눈만 마주치면 “너 정말 사귀는 사람 없니”라고 취조하듯 들들 볶아댄다. 결혼한 여자들이 명절을 기피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이들은 친척들 모임에 빠질 핑계를 만드느라 늘 고민이다.

자신의 인생과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 독신을 고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얼굴에 본격적으로 주름살이 생기기 시작하고 몸매가 아줌마 스타일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아무리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도 초조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 주위의 남자에게 새로운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위한 지옥훈련에 기꺼이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독신여성의 수가 훨씬 많은 영국 같은 데서도 여자들의 고민은 비슷한가 보다. 9월1일 개봉하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고 “그래, 바로 내 얘기야”라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영화의 주인공은 르네 젤위거. ‘제리 맥과이어’나 ‘너스 베티’에서 촌스러운 듯하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사람을 끌던 그녀의 묘한 매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술과 담배를 달고 살며, 성격마저 차분하지 못해 매사에 허둥대기 일쑤인 평범한 외모의 독신녀 브리짓 존스. 올해도 혼자 쓸쓸하게 새해를 맞이한 그녀는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술 담배를 줄이고, 날마다 몸무게를 체크하면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선 그녀 앞에 두 남자가 나타난다.

유머러스하고 핸섬한 남자 다니엘(휴 그란트)과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려깊고 신사적인 마크(콜린 퍼스). 그러나 일도 사랑도 그리 만만치 않다. 그녀는 과연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에게 딱 맞는 남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브리짓 존스처럼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경제적인 독립은 물론 남자 못지 않은 경력을 소유하면서도 풀지 못할 모순점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 혼자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자부하지만 평생을 같이할 남자를 찾거나 진실한 사랑을 찾아 고군분투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원작자로 제작과 각본을 맡은 헬렌 필딩은 소설 속에서 어느 순간, 결혼에 삶을 저당 잡혀 선택을 강요당하는 30대 여성의 심리상태와 딜레마를 섬세하게 묘사했고, 영화를 통해서는 보다 코믹하고 흡인력있게 그리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흥행이나 비평 면에서 올해 가장 성공한 영국영화로 꼽힌다.

< 신을진 주간동아 기자 > happy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