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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피플]웰콤 르노삼성팀 박정현 차장

입력 | 2001-07-23 18:32:00


웰콤에서 르노삼성자동차 광고를 맡고있는 박정현 차장(32)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암 연구센터에서 일했다. 그의 인생행로가 바뀐 것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 말기 암환자로 입원한 아버지는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누구보다 암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한국 서점에서 산 ‘아버지’란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물로 읽었다. 평생 과로에 시달리다 좀 살만하면 큰 병으로 쓰러지는 이민 1세들의 삶이 너무나 불쌍했다. 인종적 이질감에 항상 긴장해야 하는 이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온 이모가 전해준 한국 광고에 대한 책 한권이 새 길을 열었다. 평소 역동적인 삶을 꿈꾸던 그에게 한국 광고계는 ‘신천지’ 그 자체였다.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제 적성에 너무 맞는 일 같았습니다. 결론은 대성공이었죠.”

98년 초 귀국한 그는 광고회사의 AE(Account Executive)로 첫발을 내딛었다. AE란 광고의 기획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광고주와 기획사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직책. 양쪽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업무전반을 이끌어가는 ‘조율사’ 역할이다. 그는 충무로 인쇄소 골목 구석구석은 물론 광고주 비위 맞추는 일까지 닥치는 대로 배웠다.

외국계 광고회사를 거쳐 웰콤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올 봄. 3월부터 담당한 르노삼성자동차 시리즈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박차장은 제작진과의 협의를 거쳐 디자인이 4년간 바뀌지 않아 새 이미지 형성에 어려움을 겪던 SM5 광고에 획기적인 전략을 도입했다.

새 광고는 자동차보다 타는 사람을 강조하는 다소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M5를 타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걸 노린거죠. 디자인이 4년째 그대로라는 단점은 ‘내구성’을 내세워 극복했습니다. 10만㎞를 달린 차와 출고한지 2달밖에 안된 차의 엔진음을 비교하니 당장 반응이 오더군요.” 광고방영 후 SM5의 월 판매량은 3000대에서 7000대로 늘었다.

“외국에서 20년 가까이 산 것이 참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번 광고에서도 외국광고가 강조하는 내구성이 큰 역할을 했죠. 또, 한국사회를 상대적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요. 외국과의 비교는 광고주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입니다. 의사요? 지금 일이 너무 좋아 다시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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