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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경]전북 부안 내변산

입력 | 2001-07-11 18:59:00

내변산 직소폭포 전경


서해 변산(전북 부안군)으로 가자. 반도의 서편, 거기서도 또 다시 작은 반도를 이루는 이 곳. 바다에 면한 반도의 삼면 가장자리로 산자락을 끼고 동그랗게 이어진 30번 국도가 달린다. 꾸불꾸불 느릿느릿. 뭍과 바다의 경계가 애매한 해안선은 구성진 남도가락처럼 끊길 듯 끊길 듯 하면서도 끊기지 않고 ‘감칠 맛’나게 이어진다. 그 앞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 섬 섬….

변산은 그 내외(內外)가 분명하다. 산 쪽의 내변산과 바다 쪽의 외변산으로. 반도의 중앙을 차지한 내변산은 의상봉을 기점으로 여러 봉우리가 둥그렇게 둘러싼 채 그 안은 텅 비워둔 형국의 산악 지형. 온 산을 뒤덮은 소나무 숲은 어찌나 울창한지 밖에서 나뭇가지를 볼 수가 없다. 그 바깥의 바다로 외변산은 펼쳐진다.

#내소사

내소사 전나무 숲 터널길

오전 7시 내소사(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일주문 앞. 안개비 내리는 하얀 아침에 가람 뒤로 병풍 두르듯 펼쳐진 능가산에서는 구름이 용트림 하듯 숲 사이로 피어올랐다. 불법 세상으로 진입을 고하는 일주문. 몇 발걸음 떼었을까. 키가 30m나 되는 아름드리 전나무 수백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숲 사이로 뚫린 터널같은 길이 나타났다. 전나무향 은은한 숲터널은 길이가 장장 400m. 그 끝에는 사천왕문이 자리 잡고 있다. 문을 통과하면 당우가 사이좋게 들어선 경내. 천살먹은 장대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대웅전과 요사채, 범종각, 약수터, 찻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재 이 절에 기거하는 스님은 20여명. 하안거를 맞아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스님들 뒷바라지 하던 진성스님이 아침 손님을 맞았다.

“송풍회우(松風檜雨·소나기 내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소나무 전나무숲을 스치며 이는 바람소리) 동조백화(冬朝白花·겨울아침 문을 여니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덮인 세상을 보게 됨) 사월신록(四月新綠·새 봄의 신록) 소사모종(蘇寺暮鐘·낙조 드리운 포구를 향해 만선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오던 황포돛대 고깃배와 이 때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래사 대북소리가 어울린 풍요로운 바다풍경)이 변산의 비경이지요.”

대웅전 처마 밑에서 비 피하며 선 채로 들려준 변산의 아름다움. 말 그대로다.

#직소폭포

내소사 전나무 숲에서 옆길로 가면산넘어 직소폭포로 가는 길이다. 내변산 비경이 집결한 깊은 산속을 걸어 보는 여행도 좋지만 차를 몰아 바다와 산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30번 국도를 달려 산 반대편 계곡을 통해 직소폭포로 가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도 좋다.

변산국립공원 내변산 매표소부터 폭포 전망대까지는 2.2㎞의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진다. 매표소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6·25전쟁중 소실된 실상사터. 조금 더 가면 야생화 꽃밭과 조류 관찰대가 있는 자연 수목원이다. 자연보호헌장비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너럭바위에 한문이 새겨진 봉래구곡과 그 옆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폭포까지 숲길 1.6㎞ 구간중에 1.3㎞는 온갖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고 나무 계단을 설치해 편안히 걸을 수 있게 한 ‘자연학습 탐방로’. 도중에는 계곡의 댐으로 생긴 멋진 호수를 끼고 걷기도 한다. 호수를 지나 다시 숲에 들어서면 ‘엉금엉금 두꺼비’ 서식지. 비오는 날이면 두꺼비 몇 마리는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바위계단을 딛고 올라 폭포 전망대에 서니 옥녀봉 선인봉 쌍선봉에 둘러싸인 채 움푹 파인 분지의 중턱에서 쉼없이 하얀 계곡물을 수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직소폭포(낙차 30m)가 정면에 있었다. 폭포의 절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 놓인 분옥담(혹은 선녀탕). 용소에서 흘러나와 또 다시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 물이 잠시 쉬어 가는 계곡에 형성된 2개의 맑은 연못 형상이다.

내소사 연꽃

▽생태여행〓내변산의 비경(직소폭포, 내소사)을 찾는 생태여행이 있다. 승우여행사(02-720-8311)의 패키지는 △당일(15, 17, 20, 22일 출발) 3만5000원 △무박2일(16, 21일) 4만3000원. 내변산∼자연수목원∼봉래구곡∼분옥담&직소폭포∼내소사 전나무 숲터널길. 무박2일 일정에는 채석강 적벽강 등 외변산 바다가 포함된다. www.seungwootour.co.kr

▼담백한 바지락죽-새콤한 바지락회무침 별미▼

변산반도의 칠산 앞바다 너른 개펄은 바라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거기서 ‘바다 농사’를 짓는 갯가 사람들. 그들에게 개펄은 생명이다. 그 생명의 바다에서 거둔 수확중 변산을 상징하는 것은 바지락. 변산반도 어디를 가도 ‘바지락죽’이라고 쓴 간판이 빠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 “백합조개로는 죽을 쑤어 먹었어도 바지락으로는 죽을 쑤어 먹지 않았지요.” 95년 자신 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바지락죽을 개발, 향토음식축제에서 상까지 받은 바지락요리 전문점 ‘변산온천산장’주인 김순녀씨(50)의 말이다.

변산 개펄의 바지락은 뻘이 없고 졸깃한 맛이 특징. 수삼 갈아 넣고 녹두를 섞어 죽을 쑨 뒤 맨 마지막에 바지락을 넣어 쑤는 김씨의 바지락죽. 새콤 담백한 바지락 회무침도 별미다. 바지락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오이 등을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낸다. 이 집에서 내는 산딸기주스 같이 달콤한 선운사 복분자술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바지락 젓갈도 판매. 죽은 6000원, 회무침은 2만원. 이 식당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온종일 죽을 끓여 내는데 손님상에는 즉시 쑨 죽만을 낸다고. 지난해 말 화재로 요즘은 그 자리에 새로 지은 식당(130석)에서 죽을 내는데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먹는 것(휴일 점심시간)은 예전이나 비슷. 단체는 예약하면 언제나 OK.

점심 시간에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릴 때도 많다. 변산온천 가는 길가의 농로를 따라 들어가 만나는 동네(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의 금강소나무 울창한 숲가에 있다. 063-584-4874, 5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