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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주인/판교를 벤처단지로

입력 | 2001-07-08 18:52:00


판교 개발을 주거단지 중심으로 할 것인지, 지식기반산업인 벤처단지 위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분분하다. 건설교통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주류는 저밀도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벤처단지를 10만평 정도 곁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반면 경기도와 성남시는 주거보다는 벤처단지나 연구소 중심으로 개발하고, 지식기반단지의 면적도 최소한 60만평 내지는 100만평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교는 꼭 지식기반단지로 개발해야 한다. 혹자는 묻는다. 10만평만 해도 벤처기업 1000개가 들어가는데 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면적을 미리 확보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대규모 벤처단지는 국제경쟁력을 생각해도 땅값이 싼 공항 근처나 지방에 조성하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식기반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방향착오에서 나온 판단이다.

산업사회적 시각으로 볼 때 생산의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기존 생산요소는 부수적일 뿐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를 갖춘 사람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사 하나면 전 미국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식정보시대에 벤처단지는 땅값이 싼 곳이라야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책담당 고위인사의 말을 듣노라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고급 지식인력이 선호하는 분당지역을 배경으로 한 판교야말로 21세기형 지식산업 육성의 최적지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 벤처기업들이 선망하는 미국의 인텔이나 시스코 같은 큰 정보기술(IT)회사가 한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하자. 땅값이 싸다고 해서 교통이 불편한 지방을 선호하겠는가? 또는 공항이 가깝다고 해서 서울에서 출퇴근에 문제가 있는 인천공항 옆에 공장이나 연구소를 짓겠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연봉 수십만달러의 고급인력이 선호할 만한 주거환경이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즉 정보가 풍부하고 적당한 생활의 자극 요소들이 있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인지, 출퇴근이 편리하고 주위는 쾌적한지, 고급인력을 구하기가 쉬운 곳인지, 그리고 국제공항이 가까워서 여행과 국제운송이 편리한지 등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당을 끼고 있는 판교만큼 좋은 입지는 없다. 용인만 해도 판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금싸라기 같은 판교를 주거단지 위주로 개발할 수는 없다.

또 10만평 정도로 지식기반단지 수요에 충분하다는 생각은 지나친 단견이다. 주거단지는 판교가 아니라도 개발의 여지가 많이 있으나 지식기반단지는 판교가 유일한 선택이다. 단순히 지역이기주의적인 시각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성남 지역을 위해 고급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더 인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경영전략 차원에서 결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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