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민영(25)은 요즘 하루가 24시간 밖에 안되는 게 못마땅하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 써도 두세 시간 이상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영의 이런 행복한 고통은 사실 자초한 것이다. 다른 탤런트들이 하나 하기도 벅찬 일일극을 두 개나 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할 게 없다.
이민영이 한창 연기 열정을 쏟는 드라마는 KBS 2TV 아침극 ‘꽃밭에서’(월∼토 오전 9·00)와 MBC 일일극 ‘결혼의 법칙’(월∼금 오후 8·20). ‘꽃밭에서’에는 속이 깊고 차분한 음악대학원생 ‘기준’역으로, ‘결혼의 법칙’에는 사랑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패션디자이너 ‘공주’역으로 등장한다.
“기준은 전형적인 맞며느리감이구요, 공주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전형적인 신세대에요. 둘 다 제 분신인 셈이죠. 어떻게 보실지 모르지만 저는 내성적이면서도 악착 같은 성격이거든요.”
마라톤에 비유할 수 있는 일일극 두 편에서 색깔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다 보니 이민영은 시험을 코 앞에 둔 고 3 수험생보다 더 ‘책(대본)’을 파야한다.
“1주일에 4일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3일은 야외촬영 하거든요. 드라마가 시작된지 벌써 몇 개월이 됐는데도 대본을 항상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아닌 게 아니라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대본 쪽을 힐끔거리는 눈치였다.
“촬영 전에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야 하고 극중 인물에 푹 빠지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요. 그게 제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좋아요. 다양한 인물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데뷔초인 94년 MBC 일요드라마 ‘짝’에 청순한 스튜디어스로 출연할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도 줄리엣 비노쉬처럼 다양한 연기 색깔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했더니 “그럼요, 당연하죠. 그동안 맡은 역할을 보면 아시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사는 이유’에서 건달을 사랑해 집을 뛰쳐나가는 청각 장애인으로, ‘좋은 걸 어떡해’에서는 자의식이 강한 톡톡 튀는 둘째 며느리로 꾸준히 변신을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제 이미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노쉬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여성을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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