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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 애니메이션이 배우를 위협한다

입력 | 2001-06-14 18:33:00


‘파이널 환타지’의 제작회사인 스퀘어는 개봉(미국 7월11일, 한국 7월 28일)에 앞서 17분짜리 ‘맛뵈기’ 필름을 14일 공개했다.

‘가상 배우’는 상반신이나 전신보다는,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잡은 ‘익스트림 클로즈업’ 화면에서 가장 돋보였다.

잡티와 모공까지 드러나는 피부조직의 질감과 입체감, 손가락의 솜털, 땀으로 번들거리는 목덜미를 보면 도저히 애니메이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인간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는 조연급인 과학자 ‘시드박사’와 흑인 하사관 ‘라이언’. 남자 주인공 ‘그레이’와 여주인공 ‘아키’보다 오히려 이들이 더 사실감이 느껴졌다. 아키의 경우 자연스럽게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감탄을 자아냈다.

더빙한 등장 인물의 대사는 입 모양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러나 말할 때 얼굴 근육과 표정의 미세한 움직임(페이셜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는 다소 애니메이션 티가 났다.

지난해 배우들의 장기 파업에 시달렸던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지도 모른다.

“콧대 높고 몸값만 비싼 게으른 스타들! 당신들 좋던 시절은 이제 끝났어!”

인간과 구분이 안되는 ‘가상 배우’의 출연은 ‘과연 영화에서 인간이 필요없는 시대가 올 것인가’라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영화평론가 김의찬씨는 “기존 배우가 사라지기 보다는, ‘가상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새로운 캐릭터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특히 3D나 SF영화를 중심으로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컴퓨터그래픽(CG)업체인 ‘모펙’의 장선호 실장은 “스턴트가 필요한 위험한 장면 등이 우선적으로 ‘가상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카메라 조작으로 단순 합성등 초보적인 ‘특수 효과’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나라 여행’(1902). 멜리에스는 카메라 조작에 의한 단순 합성 효과 등을 최초로 이용, 영화를 ‘꿈의 예술’로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컴퓨터 사용을 선도한 영화로는 단연 SF영화의 고전이 된 1977년의 ‘스타워스’와 속편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80년대 할리우드는 특수 효과의 향연이었다. 특히 ‘터미네이터2’는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 발달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93년 제작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1993)은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특수효과로 화석속의 공룡을 되살려 놓음으로써 영화는 ‘하이퍼 리얼리즘’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토이스토리’ 는 완전히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해 만든 첫 영화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스필버그마저 주저했던 것이 바로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인간 창조’. 동작 하나마다 백 개가 넘는 근육의 움직임을 반영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이널 환타지’는 생생한 ‘인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제목과 달리 ‘마지막’ 환타지가 아니라 새로운 환타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