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판사가 보호관찰 중인 성범죄자들에게 성범죄자임을 알리는 경고문을 집과 자동차에 붙이라는 현대판 주홍글씨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멕시코만의 휴양지인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의 마누엘 바날레스 판사는 18일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중인 범죄자 14명에게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이 29일 전했다.
이들은 집 앞에 위험: 성범죄자가 이곳에 살고 있음. 수상한 행동을 발견하면 신고바람 이라는 경고문을 설치하고, 자신의 자동차는 물론 남의 차에 탈 때도 성범죄자가 이차에 탑승하고 있음 이라는 스티커나 안내판을 붙여야 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경고문을 집과 자동차에 붙인 성범죄자 중 1명은 주변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고, 2명은 살던 집에서 쫓겨 났으며 집안기물을 파괴당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한 성범죄자는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열등한 존재인양 쳐다 보기 때문에 너무 창피해서 외출도 못한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제럴드 로겐 변호사는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대단히 충격적"이라며 "마치 '주홍글씨'나 공개처형 마녀사냥의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홍글씨는 18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에서 간통을 저지른 여자에게 '간통(Adultery)'을 뜻하는 'A'자를 주홍색으로 새긴 옷을 입게 했던 일을 말한다. 이는 나다니엘 호돈의 동명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텍사스 주법은 성범죄자들의 이름과 사진 주소 등을 지역신문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바날레스 판사는 신문과 인터넷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경고문 부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재범의 경향이 있는 성범죄자들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성범죄자들은 자신을 탓해야지 법원의 결정이 심하다고 생각해선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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