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정남 입증 정황들]北京 북한대사관직원 대거몰려

입력 | 2001-05-04 18:29:00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지 사흘 만에 중국으로 추방된 30대 남자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으로 믿을 수밖에 없는 정황들은 너무나 많다.

▽중국도착 상황〓이 남자가 4일 오후 베이징(北京)의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을 때 중국 경찰차의 경호를 받은 북한대사관 소속 은회색 승합차가 공항 내로 들어왔다. 일행은 비행기에서 내려 귀빈실로 안내됐으며 약 2시간15분간 북한대사관원들이 영접했다. 당시 공항 밖 주차장에도 북한대사관 번호판을 단 승용차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중국 경찰은 공항 주변을 물샐틈없이 경계했다.

이 남자 일행이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타고 온 전일본항공(ANA)905편은 2층 22개 좌석의 일등석칸을 모두 이들에게 배정,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일본 정부 관리 6명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의 ‘대를 이을 후계자’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접이다.

▽추방되기까지의 상황〓나리타공항의 경비도 삼엄했다. 비행기 2층을 전세내도록 한 것도 일본 당국이라는 것. 그가 단순한 불법입국자라면 관례에 따라 경유지인 싱가포르로 내보내야 하는데도 일―중 간의 외교채널이 물밑에서 가동돼 중국으로 추방한 것도 그의 신분을 짐작케 하는 주요 정황들 중 하나.

특히 그가 체포됐을 때부터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그를 중국으로 추방한 것에 관해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일부 여야의원들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일본 총리와 정계에서까지 촉각을 곤두세운 ‘VIP(요인)’라는 점 또한 그를 김정남으로 믿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이 밖에 교도통신 등 일부 언론들은 공안소식통을 인용해 이 남자가 조사과정에서 “내가 김정남이다”라고 신분을 밝혔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그리고 체포 당시 그는 여권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듯 시종 당당한 태도를 보였으며 중국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위조여권에 이름은 ‘팡시용(Pang Xiong)’으로 적혀있지만 생년월일은 김정남과 꼭 같은 ‘5.10.1971’로 기재돼 있는 것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돌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4일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기 전 승합차에서 내린 뒤 몰려든 취재진을 힐끗 쳐다보며 찌푸리던 그의 얼굴은 ‘피를 속일 수 없는 듯’ 김 위원장을 쏙 빼닮았다.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