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에서 직원이 고객돈 140여억원을 횡령해 달아난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같은 금융사고는 철저하지 못한 내부 통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의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라는 지적이다.
▽최근 3차례 내부 직원 횡령사고 발생〓24일 금융감독원과 한빛은행 등에 따르면 한빛은행 경기 수원시 인계동 지점에서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정모 계장(36)은 실제 거래 없이 허위 서류를 꾸며 내국신용장(LC)을 만들어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67억3500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정계장은 다른 지점에 비해 유난히 신용장 거래가 많은 것을 수상히 여긴 은행 자체검사팀이 전산기록과 대조하기 위해 관련 서류들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자 23일 도주했다. 한빛은행 검사팀은 정계장이 언제부터 허위 신용장을 통한 자금 횡령 행각을 벌였는지와 피해 금액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측은 정계장이 장기간에 걸쳐 수천만∼수억원씩 허위 신용장을 만들어 돈을 빼내갔지만 일일 감사에서 이를 적발해내지 못한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앞서 9일에는 한빛은행 소공동 지점 박모 대리(35)가 고객이 맡긴 자기앞수표 42억원어치 12장을 갖고 달아났다. 박대리는 자기앞수표를 시중에 유통시켜 자금을 횡령하려 했으나 은행측이 곧바로 이 수표들을 지급정지시켜 피해는 없었다. 박대리는 잠적한 뒤 자기앞수표를 우편으로 은행측에 보낸 뒤 현재 도피중이다.
한편 춘천지검 원주지청(지청장 유재만)은 20일 한빛은행 원주지점 권모 계장(29)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이 은행 출납담당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달 28일 컴퓨터 단말기를 조작, 지난해 9월부터 모두 27회에 걸쳐 30억2900만원을 인출해 가로챈 혐의다.
한빛은행에는 지금까지 9조9226억원의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98년에 1차로 5조2806억원(자본금전입 3조2642억원, 부실채권매각 2조164억원)과 2000년말에 2조7644억원이 이미 투입됐다. 앞으로 1조8776억원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일 상업은행이 합쳐 탄생한 한빛은행은 아직까지 직원들간의 융화에도 문제가 많고 경영진이 지나치게 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내부 통제에 미흡했다”며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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