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부동산신탁 부도와 동아건설 청산 처리 가능성 등과 같은 악재가 잇따르면서 아파트 분양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연초 전망과 달리 국내 경기가 하반기에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일부에선 분양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분양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약을 유지하는 게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테크 시장 상황을 보면 실물경기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뭉칫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의 1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6.0%로 떨어지는 초저금리 상황을 맞이하면서 1%라도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몰려다니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또 주식시장의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600을 넘지 못하고 코스닥도 100을 밑돌고 있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부부 합산으로 연간 4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 있을 때 초과분을 다른 소득과 합해 세금을 물리는 ‘금융종합과세’가 실시되기 때문에 여윳돈 투자자로선 부동산이 가장 만만한 투자처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대략 23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같은 자금의 극히 일부라도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부동산 시장 내부 상황을 볼 때도 성급한 계약해지는 금물이다.
한부신 부도 여파로 98년 이후 계속된 분양시장의 위축은 지속할 것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공급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수요를 훨씬 밑도는 공급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것을 의미하며, 어느 시점이고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물론 주택보급률이 93%를 넘어선 상황에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나타난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아파트 계약을 해지할 때보다는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기획이사는 “여윳돈이 있다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입주할 서울지역 아파트나 서울 도심에서 90분 이내에 위치한 아파트의 분양권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추천할 정도다.
만약 여윳돈이 있어서 신규로 부동산에 투자해보고 싶다면 30평형대 이하의 중소형아파트를 고르는 게 유리하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알 투 코리아’가 97년 이후 주택규모별 수익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40평형대 이상의 대형아파트는 99년 이후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 위험성이 커진 반면 30평형대 이하 중소형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는 서울의 경우 강남권이나 지하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지역 아파트가, 수도권에선 공장 배후지나 전철 역세권 등이 좋다. 임대수요가 많아 투자금 회수가 쉽고 환금성이 좋아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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