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황금)미스’를 아십니까.
벤처기업의 주가가 하늘을 찌를 때 이곳에 근무하던 ‘미혼 여성’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작년초만 해도 이들은 선망의 대상이자 일등신부감. 그러나 요즘 이들에겐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이른바 ‘블루미스(Blue―Miss). 노동자 계급을 뜻하는 ‘블루컬러(blue collar)’와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주가가 떨어지고 근무환경도 열악해 붙여졌다.
대기업 대리로 근무하던 Y씨(28)는 작년 1월 연봉 4500만원에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Y씨는 이직하자마자 1500만원에 우리사주 3000주를 받았다. 주식가치는 한때 3억원을 넘었고 ‘황금미스’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 주식의 가치는 ‘원위치’된 상황. Y씨는 “작년 이맘때는 ‘누구는 10억, 누구는 15억’하며 너도나도 주식이야기를 했지만 요즘은 주식의 ‘주’자도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Y씨는 주식원금까지 손해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작년 1월 회사돈을 빌려 주당 2만원씩에 우리사주 3000주를 산 K씨(28). 그는 주가가 한때 2.5배 이상 치솟자 해외유학을 갈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K씨는 연말 인원감축으로 명예퇴직을 해야 했다. 이때의 주가는 3000원선. 결국 K씨는 회사에서 받은 명예퇴직금을 고스란히 회사에 돌려줘야 했다.
닷컴기업 D사의 L대리(27)는 “작년초에는 황금미스들만의 회식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면서 “주가가 한창 오를 때 사표를 내고 우리사주를 팔아 유학을 떠난 몇몇 황금미스들이 가장 부럽다”고 말했다.
대학입학 학번이 93년, 94년인 세대는 블루중의 블루.
‘불운의 학번’이라 불리는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휘몰아치던 시절 사회에 첫발을 디뎠기 때문에 대기업 취직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더구나 벤처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신입이었기 때문에 한창 ‘물이 좋을 때’도 고액의 연봉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사후 1, 2년여 만에 맞는 회사의 위기에 이들은 매우 의기소침해져 있다.
작년 초 벤처기업에 취직한 94학번 J씨는 조만간 회사를 그만둘 생각. J씨는 “벤처기업에서는 공들여 콘텐츠나 솔루션을 개발해도 경제적인 결과물이 즉시 나오지 않기 때문에 흥이 나지 않는다”면서 “오프라인 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가 형편이 좋아지면 다시 온라인 기업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헤드헌팅업체 엔터웨이 박운영이사는 “요즘 우울한 사람이 황금미스뿐이겠느냐”며 “이들은 실력도 있고 적극적인 여성들이므로 당차게 자기 앞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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