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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칼럼]박민석 넷칼럼니스트/"포트리스2 유료화,기본부터 생각하라"

입력 | 2001-01-08 11:10:00


지난 연말이래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온라인 게임 '포트리스2'의 유료화 논쟁이다.

포트리스2는 99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80만의 누적회원을 확보한 인기 온라인게임이다. 사용되는 서버만 무려 70대에 이르는 등 단일 온라인 게임으로는 전무후무한 실적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명성 뒤에는 고달픈 이면도 숨어있었다. 정작 게임을 개발한 회사는 그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탓에 서버운영비 등 적자가 매달 3억여원에 달하고 있다.광고수입과 캐릭터사업등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사인 GV측은 그 돌파구로서 게임의 유료화를 추진했다.시장조사 끝에 마침내 지난 12월 16일, "내년 1월 포트리스2의 차기 버전인 ‘포트리스2 블루’를 내놓고 동시에 PC방 유료화를 시작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포트리스2블루의 PC방 요금은 PC대수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PC 40대까지는 매달 21만7000원, 60대까지는 32만6000원으로 IP당 5425원이 책정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GV측으로서는 개인 사용자가 아닌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게임의 유료화로 인한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 하지만 그 판단은 커다란 오산이었음이 곧 밝혀졌다.

유료화에 대한 PC방 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국내 PC방 통합 협회(가칭 인터넷PC문화협회)의 유료컨텐츠 대책위원회는 지난 12월 22일과 23일에 걸쳐 (주)GV의 모회사인 (주)CCR를 직접 항의방문했다. 또 29일에는 CCR 본사 앞에서 `포트리스2` 유료화 반대집회를 여는 등 반대의 수위를 높여갔다. 결국 30일 GV로부터 "기존 인문협과 체결한 무료협약(2001년 4월까지)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GV는 업계의 반발에 일단 백기를 든 셈이다.

GV의 유료화가 왜 좌절됐을까. 물론 유료화가 되지 못한 데는 PC방업계의 강한 저항도 있었지만 GV의 안이한 발상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당초 개인사용자는 그대로 무료로 이용하게 하고 PC방만을 유료화의 대상으로 한다는 묘안을 짜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해 보려는 의도였다.그러나 결과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무리한 시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GV측의 안이한 업무추진이 공연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서로간의 불신만 조장한 셈이 된 것이다. '무리는 따르겠지만 무난히 목적을 이룰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

더구나 GV에서 상대할 PC방 연합회의 한 축인 (사)한국인터넷문화협회가 어떤 단체인가. 국가 기관의 정책마저 변경시킨 전력을 가진 막강 조직이다. 일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신인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서 "스타크래프트"의 확장팩인 "부르드워"를 심의하면서 "18세이용가" 등급을 부여하자 인터넷문화협회는 5만여 PC방을 고사시키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항의집회와 방문을 하며 투쟁을 벌인 끝에 마침내 문화부 산하기관인 공진협이 다시 심의해 업계측의 요구인 "12세이용가"의 등급을 부여했다.

GV와 PC방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GV는 PC방 협회와의 기존 무료협약이 만료되는 올 4월에 다시 본격적인 유료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물론 협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약점도 없기 때문에 GV측에서 의도한 소기의 성과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유료화가 과연 PC방까지만 이루어지고 일반사용자에게는 별도의 부담이 없도록 할 수 있겠느냐는데 있다.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어한다는 속담처럼 680만의 개인회원에게 단 1000원씩의 월 이용료만 부과해도 월 68억원의 수익이 생기는데 이를 과연 두고 보겠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이미 PC방으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일 때는 지금보다도 더 쉽게 유료화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포트리스2를 무료콘텐츠로 끌고가겠다던 그 회사 책임자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돈을 내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다. 말을 바꾸는 것이 불쾌한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기존의 공식입장과 다른 방향의 결정이라면 그 시행시기는 어느정도의 경과기간을 두고 결정했어야만 옳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어차피 본격적인 시행시기도 4월 이후로 늦추어진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아쉬움은 더 한 것이다.

인터넷의 게임제공사업도 사업인 다음에야 당연히 돈을 벌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만든다고 콘텐츠를 무턱대고 유료화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돈을 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콘텐츠를 개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요새 많이 회자되고 있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본에는 약속을 지키려는 자세도 포함되어 있음을 GV측은 알야야 할 것이다.

-전 빙그레 근무

-현 영상물등급위원회 근무

-스포츠조선,싸이버타임즈 등에 넷칼럼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