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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리뷰]동성애, 그 평범치 않은 연애

입력 | 2001-01-08 11:00:00


고등학교 졸업반인 신도 슈이치는 프로 뮤지션 지망생이다. 절친한 친구인 기타리스트 히로시와 때때로 라이브 하우스 무대에 서기도 하는 꽤 잘나가는 아마추어 밴드 BAD LUCK의 보컬겸 리더. 작곡, 작사, 편곡도 하는 슈이치는 '혹시 난 천재가 아닐까'하는 걷잡을 수 없는 자신감에 빠져 있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년이다 .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날 한 남자가 슈이치가 놓쳐버린 노래 가사를 주우면서 운명적인 만남은 시작된다. 그러나 슈이치의 가사를 들여다 본 그 자의 한 마디는 '재능 제로군. 때려치워'.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의 비수 같은 한마디에 절치부심하는 슈이치는 그가 유명한 소설가 유키 에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

은 일본 '소니 매거진'에서 발행되는 (きみとぼく)라는 잡지에 95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다. 노골적인 묘사는 비교적 자제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엄연한 야오이물(동성애)인데다 스토리도 뻔하다. 순진하고 재능 있는 소녀가 부와 명성을 지닌 냉혈미남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천하의 바람둥이인 남자는 이상스럽게도 그 소녀에게만은 맥을 못 추고 반해 버린다는 흔한 하이틴 로맨스 플롯에서 소녀만 살짝 소년으로 바꿔 놨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재미있다. 아마추어 뮤지션이던 슈이치가 대형 기획사에 스카우트되어 스타로 성공하는 드라마틱한 과정과 독특한 캐릭터들의 요절복통할 개그가 '동성애'라는 터부를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끼리의 사랑이라 이상스럽기도 하련만 의외로 두 남자의 연인으로서 갈등과 고민, 성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함께 울고 웃게 되고 만다. 결코 평범한 연애담은 아니지만 굳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밝음과 강함을 지니고 있는 만화다.

'야오이'라는 만화 장르는 이제 만화팬 여부를 떠나 그다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신문은 좋아하는 연예인 팬픽에 열 올리는 청소년들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그 시시비비를 떠나 어느새 야오이는 주류 문화에 편승해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상대방이 동성이어도 상관 없다는 것은 개개인이 판단할 몫이 아닐까.

김지혜 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