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휴대통신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LG가 심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LG는 17일 “비동기 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선 LG글로콤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심사위원별 채점표 공개와 심사결과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정보통신부에 요구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의혹이 해명되지 않을 경우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후유증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LG IMT―2000 사업추진단 이정식 상무는 “박운서 단장 명의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기술력에서 LG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근거자료와 공개적인 설명을 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세계 66개 사업자 가운데 동기식은 일본 KDDI 한 곳밖에 없다” 며 “동기식은 국제 로밍도 어려워 시장여건과 사업전망이 모두 불리해 사업권 도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G, “법적 대응 불사하겠다”〓LG는 심사과정에서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여러 징후가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LG의 고위관계자는 “기술부문 9명의 심사위원중 6명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방대학원,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등 관변연구소 소속”이라면서 “심사과정에 정부 입김이 미쳤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부문의 한 심사위원은 SK텔레콤의 감사법인인 안건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로 확인됐다”며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점수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LG글로콤은 기술능력이 정말 뒤졌나〓LG IMT―2000사업단의 박형일부장은 “장비를 만들어 수출까지 하는 업체와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중 누가 기술력이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항변했다.
LG는 또 “총괄 항목 기술부문에서는 최고점을 받았는데 기술 항목에서는 꼴찌를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심사위원별 채점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LG의 기술개발 실적 및 기간이 경쟁사에 뒤졌다”, “데이콤 등 컨소시엄 참여업체의 실적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입장. 정통부 역시 “이번 심사는 공정했다”고 답변했다. ▽동기사업자, 과연 나올 것인가〓 정통부의 원래 의도는 CDMA의 맥을 잇는 동기시장을 유지, 발전시킬 강력한 사업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사업계획서 제출기일을 미루고 자율표준 방침을 바꿔 동기사업권 1장을 따로 배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안병엽 정통부장관은 “산업정책 차원에서 동기식 육성에 노력하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시장조차 미미할 동기식에 수조원을 쏟아부을 업체가 쉽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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