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공언한 ‘국민이 바라는 국정개혁’을 위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본다.
▽측근정치 청산〓최근 대표적 지역편중 인사로 비판받은 경찰수뇌부 인사에도 김대통령 측근들이 개입했다는 여권 내부의 지적에서 보듯 측근정치와 지역감정 문제는 함수관계일 때가 많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얼마 전 김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대로 가다간 민주당에 호남출신들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민주화 동지’는 명예로 남아야지 권력까지 나눠 갖는 의리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지식인들의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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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국정기본틀 다시 짜야"
특히 측근들을 정권재창출의 ‘첨병’으로 쓰고자 할수록 김대통령의 국정개혁 노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통치스타일〓보다 근본적으로는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김대통령이 혼자서만 뛰는 듯한 인상을 주어온 그동안의 통치방식으로는 집권 후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행정학)교수는 “‘DJ노믹스’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는데도 여전히 김대통령이 경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전문가팀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벗어난 것은 단지 외환위기를 탈출한 것이었을 뿐인데 김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 “경제위기가 극복됐다”고 선언해 결국 정권초기에 마무리지어야 했던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치는 식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들도 “김대통령이 ‘거시경제학’은 알지 몰라도 요즘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금융 증권 등 현안들은 알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관료들이 ‘나중에 청문회나 피하면 되지…’라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야(對野)관계〓통치스타일 변화의 요소 중 하나는 김대통령의 야당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 집권 후 대야관계는 야당의원 빼내가기와 표적사정 논란, 수차례에 걸친 국회에서의 물리적인 표결 저지 등이 이어지면서 불신과 파행으로 얼룩져왔다. 따라서 야당을 대결의 대상으로만 대했을 뿐 진정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자신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다수당인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총체적 위기상황을 초래한 중요한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소수여당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야당과 협조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앙대 장훈(張勳)교수는 “꼭 야당인사를 내각에 포함시키는 초당적 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재등용을 할 때 야당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에 야당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남북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김영배(金令培)전총재권한대행의 발언처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야관계가 결코 건전한 동반자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정쇄신〓국정을 전체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개혁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팀’의 구성과 ‘당―정―청와대’간의 긴밀한 조율을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성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간과해서 안될 대목은 국정운영과정에서 비공식창구가 공식창구를 압도하고 있는 듯한 현상이다. 김영삼(金泳三)정부를 망친 ‘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