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통치 10년 끝에 사임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62)의 후임 임명문제로 페루 정국이 소란하다.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후지모리 대통령은 20일 발렌틴 파냐과 국회의장에게 보낸 사임서에서 헌법상 임기만료일인 7월 28일까지 임기를 채울 후임으로 측근인 리카르도 마르케스 제2부통령을 지명했다. 그러나 AP 등 외신은 과도정부를 이끌 가장 유력한 인물로 국회의장 발렌틴 파냐과를 꼽았다.
헌법상 대통령 유고시 권력승계 순위는 프란시스코 투델라 제1부통령, 마르케스 제2부통령, 국회의장 발렌틴 파냐과 순이다.
투델라 제1부통령은 각종 비리와 인권탄압 혐의로 기소된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 국가정보부장을 구속할 것을 요구하며 사표를 제출한 상태. 마르케스 제2부통령은 의회를 장악한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마르케스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권한 대행에 취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제2 부통령직 사퇴, 내년 4월 대선 불참을 선언했다.
스페인방문 도중 후지모리대통령의 사임 소식에 급거 귀국한 야당 지도자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부정부패와 인권유린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아야 할 후지모리가 한통속인 마르케스에게 권력을 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고 비난했다. 야당의원들도 마르케스를 구시대 인물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커진 파냐과 국회의장은 소수야당인 국민행동당 소속의 온건개혁주의자. 지난주 야당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후지모리대통령과 대선에서 겨뤘던 야당 지도자 톨레도는 “파냐과가 대통령대행으로 임명되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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