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북미프로농구(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깡마른 고졸 선수를 1라운드 5위로 지명해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1년 후 샬럿 호네츠도 1라운드 13번이라는 비교적 높은 순위로 아직 젖먹이 티가 나는 고졸선수를 선택했다.그 선수는 곧바로 명가 중의 명가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됐다.
첫번째 선수는 3년후 6년간 1억2천6백만달러라는 미프로스포츠사상 최고액 계약의 주인공이 됐고 두번째 선수는 데뷔 4년만에 챔피언 반지를 손가락에 끼며 '차세대 농구 황제' 자리에 책봉됐다.
두 주인공은 케빈 가넷과 코비 브라이언트.
'5~6년 후의 미래를 보고 선택한 선수들'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두선수는 프로무대에 빠르게 적응했고 불과 2~3년 만에 팀의 간판 스타로 성장했다.
이들의 성공을 시샘한 다른구단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했다. 어린선수들이 뿌리치기 힘든 액수로 선수들을 유혹해 고졸 유망주들을 드래프트시장에 끌어냈다.선수들도 굳이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20살도 채 안된 어린애들이 돈밖에 모른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프로무대에 뛰어든 고졸선수들은 가넷과 코비의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에 차있었다.트레이시 맥그레이디,저메인 오닐,라샤드 루이스도 그랬다.
그러나 프로무대의 벽은 높았다.코트를 누빈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번시즌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맥그레이디와 오닐은 '새술은 새부대에'를 외치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루이스는 '익숙한 것이 좋다'며 친정팀과 재계약했다.이제 남은 것은 '비상(飛翔)'뿐.
'성공시대'를 예감하며 코트위에 자신의 청춘을 건 이들 고졸 선수 3명의 2000-20001시즌을 전망해 보자.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올랜도 매직)
2m3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포인트 가드와 같은 볼핸들링을 보여주는 맥그레이디는 센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 할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다.97년 1라운드 9번으로 토론토 랩터스에 지명된 맥그레이디는 3년 계약이 끝나자 마자 올랜도 매직으로 말을 갈아탔다.이적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수퍼스타'가 된 사촌형 빈스 카터의 그림자 노릇을 하기싫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그의 결정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초반 4게임 평균 23.8점 7리바운드 3.3어시스트.토론토에서 보낸 3시즌동안의 성적인 11.5점 5.45리바운드 2.47어시스트를 훌쩍 뛰어넘는 비약적인 발전이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는 맥그레이디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비록 뉴욕 닉스에 3연패로 탈락했지만 토론토의 주포빈스카터가 부진하자 그를 대신해 팀 공격을 이끌엇던 것.생에 첫 플레이오프에서 맥그레이디가 기록한 성적은 16.7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카터의 19.3점 6리바운드 6.3어시스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맥그레이디에게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부상으로 초반 출전이 뜸한 수퍼스타 그랜트 힐과의 역할 분담.두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데다가 포지션도 스몰 포워드 자리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또하나는 부족한 3점 슛능력을 키우는 것.데뷔 시즌 30%를 유지했던 3점슛 성공률은 토론토에서 보낸 나머지 두시즌 동안 2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외각 능력만 보완한다면 맥그레이디가 그랜트 힐을 능가하는 리그 최고의 스몰 포워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프로 4년차인 맥그레이디는 이제 나이가 21살에 불과해 성장가능성이 무궁 무진하기 때문이다.
▲저메인 오닐(인디애나 페이서스)
1996년 12월 6일 역대 NBA 최연소 데뷔전을 치르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던 2m11의 장신 포워드 저메인 오닐은 포틀랜드에서 보낸 4시즌을 기억하고 싶지않을 것 같다. 라시드 월라스,브라이언 그랜트라는 걸출한 파워 포워드를 보유한 포틀랜드에서 오닐이 설 자리는 없었다. 오닐에게 주어진 역할은 센터 아르비다스 사보니스의 백업.
성에 찰리없었다.오닐은 보다 많은 출전시간을 원했다.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지난해 여름 오닐은 4년간 2천 4백만 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재계약을 했지만 정말 중요한건 보다 많은 시간 동안 코트를 누비는 것이었다. 포틀랜드 마이크 던리비 감독은 오닐의 출전시간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99-2000시즌 달라진 건 없었다.그가 뛴 평균시간은 겨우 12.4분.당연히 불만이 폭발했고 다행히 지난 오프시즌 중에 센터 조클레인과 함께 인디애나의 데일 데이비스와 트레이드 되면서 새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을 기회를 얻었다.
오닐은 인디애나에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4시즌 동안 한번도 평균득점 5점을 넘지 못했던 오닐은 단숨에 주전자리를 확보하며 5게임에서 평균 14.4점을 기록했다. 데뷔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리바운드와 블록 슛도 2배 이상 늘어 게임당 9.2개와 2개씩을 올리고 있다.
릭스미츠의 은퇴로 오닐은 출전시간을 걱정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제 오닐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내는 일만 남았다.
▲라샤드 루이스(시애틀 수퍼서닉스)
루이스는 맥그레이디와 오닐에 비해 고등학교때 명성은 쳐지는 선수였다.1998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시애틀에 지명된 루이스. 데뷔시즌은 참혹했다.루이스는 98-99시즌 겨우 7분정도의 출전시간을 얻은 평균 2.4점에 그쳤다.하지만 불과 1년만에 루이스는 시시애틀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게리 페이튼과 함께 전 경기를 출장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를 얻었다.평균 19분을 뛰었고 평균 8.2점 4.1리바운드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 슈팅 성공률도 49%나 됐다.
특히 루이스는 유타 재즈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2m8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슈팅가드로 출전한 루이스는 정확한 외각포를 자랑하며 전력이 처진다는 평가를 듣던 시애틀이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몰고가는데 큰 공헌을 했다.데뷔 2년만에 맞은 첫번째 플레이오프에서 전경기를 선발 출장한 루이스는 평균 31분을 뛰며 15.4점 6.2리바운드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루이스는 어느새 상대에게 위협적인 선수로 변모 했다.
데뷔 3년차가 된 2000-2001시즌, 주전 스몰 포워드에 정착한 루이스는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5경기에서 평균 18점 6리바운드를 기록중인 루이스가 장차 게리 페이튼이 대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등극 할 것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