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권모씨(36·상업·인천 서구 석남동)는 자신의 베스타 승합차가 너무 낡아 폐차하기 위해 관할 인천 서구청에 전화로 폐차신청을 했다.
2시간 만에 폐차업체의 견인차량이 권씨의 승합차를 견인해 간 뒤 다음날 오후 구청측이 등기우편으로 보낸 차량말소등록 서류가 왔다. 돈 한푼 안 들이고 구청과 폐차장을 오가는 번거로움도 겪지 않은 채 낡은 차량을 처리한 것이다.
이는 인천 서구청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화 한 통화로 폐차 및 말소등록 무료 대행서비스’ 덕분. 서구청은 폐차시 소요되는 비용(건당 8500원)을 해당 주민에게 받지 않는 대신 폐차업체와 협의해 업체측이 폐차의 고철을 재활용토록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구 수성구청 상황실에서는 10명의 ‘민원배심원’이 모여 심모씨(51·여)가 신청한 수성구 중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15가구분) 건립허가 여부를 논의했다.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민원배심원들은 참석한 인근 주민들로부터 “주택 밀집지역에 다가구주택이 들어서면 주차난 등이 가중된다”는 반대의견을 들은 뒤 심씨에게 대책 등을 물었다. 민원배심원들은 이어 양측을 설득한 끝에 ‘다가구주택을 건립하되 15가구는 많으니 12가구만 짓도록’ 하는 조건부허가 결정을 내렸다.
민원배심원제는 선진국의 배심원제를 본떠 지역 민원을 대화로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수성구청이 올 2월부터 시행 중인 제도. 지난달 말까지 14건의 민원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원배심원들이 내린 결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구청측이 그대로 시행한다.
이같은 두 가지 사례는 24일 개막되는 ‘제1회 지방자치단체 개혁박람회’에 우수사례로 내놓기 위해 선정된 것 중 일부. 이 행사는 행정자치부와 경실련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7일까지 열린다.
주최측은 각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개혁사례를 행정관리와 지방재정 환경 등 14개 분야로 나눠 32건의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다른 우수 사례로는 △경기 김포시가 98년 전국 최초로 설치해 운영 중인 민원처리 전담부서인 ‘허가과’ △대구시가 시민간에 마음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96년부터 추진 중인 ‘담장허물기운동’ △충남 보령시가 바다 진흙을 이용해 98년부터 시행 중인 관광특화사업 등이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지방자치제 실시 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자치단체들간에 행정 노하우와 개선점 등을 보고 배우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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