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2단계 외환자유화가 시행되면 뭉칫돈이 해외로 빠져나가 제2의 환란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학계 금융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특히 자본 전면 개방에 따른 정부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된 외환거래법에 따라 시행되는 것. 해외여행경비의 경우 기본경비 1만달러 제한이 풀리고 증여성 송금규제도 건당 5000달러에서 무제한으로 늘어난다. 4인 가족 기준 100만달러인 해외이주비 규제도 없어지는 등 사실상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법상 일몰조항(日沒條項)에 의해 자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약속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크게 낮아진다는 것.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자본 전면 개방이 제2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겪었던 것처럼 거액 자산가들의 재산도피(capital flight)로 나라 경제 전체가 위기에 휩쓸렸던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대외금융거래정보시스템(FIU)도 당초 홍보했던 외환거래 자유화의 대책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사후에 이를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정보분석기관으로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정책실 정원철 간사는 “우리 경제가 자본 자유화의 충격을 흡수할 만큼 안정된 상황이 아니고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이유로 국부 유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를 유보하기 위한 대규모 캠페인을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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