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막내아들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 수하르토(38·애칭 토미)가 13일 발생한 자카르타 증권거래소 빌딩 폭탄 테러 사건에 직접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5일 “사건 관련 용의자로 토미 수하르토와 이슬람방어전선 의장인 하비브 알리 바질을 체포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13일 자카르타 도심의 증권거래소 빌딩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차에 장착된 시한폭탄이 두 개 폭발해 1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건물에는 한국 업체가 많이 입주해 있으나 교민 피해는 없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와 유사한 폭발 사건은 최근 한달 사이 다섯 번이나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수사당국은 폭발 사건이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재판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점을 중시, 사건 직후부터 수하르토 재판 관련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수하르토의 첫 번째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에도 법정으로 사용될 농업부 건물 근처에 주차돼 있던 미니버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었다.
한편 수하르토의 사법처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이미 유혈대결까지 벌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국면을 맞고 있다.수하르토를 지지하는 ‘민주주의청년동맹’ 소속의 청년 200여명은 12일 자카르타 도심에서 수하르토의 사법처리 촉구 시위를 벌이던 학생을 무차별 공격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은 테러를 자행하는 친 수하르토 청년들을 방치해 수구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여줬다. 14일에는 자바 동부의 수라바야에서 국민행동전선 소속 학생 수백명이 “현정권이 정치적 음모를 꾸며 수하르토를 재판에 회부했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인도네시아 주요 일간지는 14일 일련의 폭발사고는 수하르토가 재판을 받는 것을 저지하려는 측근과 지지자들이 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대통령 재임중 거액의 국고를 착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수하르토 전대통령은 1일과 14일 두차례 공판에 건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으며 28일 3차 공판에도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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