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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류시원은 날라리?

입력 | 2000-09-08 11:32:00


아직 드라마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늘 깔끔하고 단정한, 명문가 자제다운 귀티가 나던 그가 짧은 머리, 귀걸이에 건들거리는 말투 등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 오는 13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MBC 수목 드라마 (김사현 연출, 정유경 극본)로 6개월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류시원을 만났다.

- 6개월만의 드라마 출연인데 무엇보다 짧게 자른 머리가 첫 눈에 들어옵니다. 새로운 변화와 각오를 다지는 상징적인 의미인가요?

지난 2월에 이 끝난 후 6개월을 쉬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알지만, '이제는 바꾸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김사현 감독과 정유경 작가를 만났을 때 이런 스타일로 바꾸겠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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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연기생활에 큰 의미가 있는 변화네요. 하지만 그런 각오에 비해서는 대변신이라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 특히 저를 좋아하는 팬들은 류시원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제가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분들은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드라마속 그림이 있죠. 그런데 제가 완전히 바뀌어서 나타나면 "어 내가 보고 싶었던 류시원은 저게 아닌데…"라는 당혹감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서서히 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 물론 외모도 변화를 주었지만 사실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변화에 중점을 둔 부분은 이미지와 캐릭터에요.

- 새로운 헤어 스타일은 누구의 작품인가요?

작품요? 아니에요. 그냥 제가 사는 반포의 동네 미용실에서 잘랐어요. 저는 한번도 강남의 유명한 미용실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미용실에서 자른 후 바리캉을 사서 집에서 제가 다듬었죠. 염색도 직접 했어요.

* 여기서 잠깐 : 류시원은 메이크업 담당이 따로 두는 대부분의 연예인과는 달리 방송 출연시 본인이 직접 메이크업을 한다. 또한 의상이나 신발, 악세서리도 코디네이터에게 디자인과 색상을 일일이 지시할 정도로 자신의 스타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 그러고 보니 귀걸이도 했어요?

(웃으면서)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 했는데요, 덕분에 평소 제 스타일이나 방송활동에 대해 아무말 하지 않던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습니다.

- 모처럼 바꾼 모습이 새 드라마 캐릭터와 잘 맞습니까?

에서 제가 맡은 김준호는 전에 제가 맡던 인물과 비교하면 "꽤 많이 망가진" 역할이죠. 호주에 유학갔다 왔지만 공부보다는 노는데 정신이 팔렸고, 부모님의 유산인 동대문 시장의 옷가게를 물려받은 후에도 여자에 더 신경을 쓰죠. 그런 면이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남자다운 뚝심과 의리, 사려깊은 면도 가지고 있죠. 한마디로 '멋있는 날라리'에요.

- 전에 맡아본 적이 없는 김준호란 인물이 마음에 드나요?

사실 저는 더 엉망인 인물이길 원했는데, 정유경 작가가 심성이 착하셔서 그런지 저를 더 망가트리질 못했어요. 김사현 감독도 마찬가지구요. 사실 4회를 촬영할 때까지는 캐릭터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단순하게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나 연출자나 김준호의 성격을 설정하는데 고생을 했어요. 하지만 5회 대본을 받으면서 제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누구나 있는 모습이고, 그동안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저의 또 다른 면이라고 할까요?

- 연기에 복귀했는데, 가수 활동이나 새로 MC를 맡을 계획은 없나요?

가수활동은 전혀 생각이 없구요. MC도 현재 맡고 있는 SBS 을 그만둘 계획이에요. 오직 드라마에만 전념할 계획입니다.

- 그처럼 활동을 정리하는 것을 보니 뭔가 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느낌이 있네요?

내년에 저도 서른살이 되요. 이제는 좀 달라져야죠. 올해는 드라마에만 전력하구요. 내년에는 꼭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서른 다섯이 되기 전에 제 이름을 가진 토크쇼도 하고 싶구요. 그런 목표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류시원의 연기인생 2기를 펼친다고 할까요?

-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까 매니지먼트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 드라마에 김하늘의 가게 친구로 나오는 한민이란 친구를 제가 추천했거든요. 남들은 부업으로 카페나 식당을 차린다는데,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요. 그래서 신인을 발굴해 유망주로 키울 생각입니다. 너무 빠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도 계신데, 가수에서 출발해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사람들도 제 또래가 많아요. 문제는 나이보다 바라보는 시각과 일에 대한 열정인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내후년,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때는 제 매니지먼트사를 오픈할 생각입니다.

- 이후에 정해진 작품은…?

내년 3월 방송예정인 이장수 감독의 SBS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이복형제의 동생인데, 형의 아내를 사랑하는 캐릭터이죠.

- 아참, 그렇게 바쁘면 언제 결혼할 거에요?

서른셋이나 넷 정도. 하지만 그때까지 제가 목표로 했던 일들이 마무리가 안되면 더 뒤로 미뤄야죠.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