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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생태계 보고' 강화갯벌 신음

입력 | 2000-07-10 19:24:00


희귀조류의 서식지인 강화 갯벌은 아직까지 자정 능력을 잃지 않아 철새와 어패류의 텃밭이 되고 있지만 오폐수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효과적인 보존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오후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해변. 거의 수평선과 맞닿는 지점까지 물이 빠져 광활하기 그지없는 갯벌에는 기러기 도요새 등 물새들이 한무리를 지어 연신 먹이를 쪼아댄다. 검은 갯벌에서 방게 칡게 등 강화 토종게들이 기어다니다 인기척에 놀라 날렵하게 구멍으로 숨어든다.

이날 서울 은평구에서 가족들과 장화리 해변을 찾은 김남석씨(44)는 “저녁놀에 비친 드넓은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고 1주일간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긴다”며 흐뭇해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이외에도 도요새, 검은머리 갈매기, 황오리 등 110여종의 물새 4만∼5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이곳은 북유럽 와덴시 갯벌, 남미 아마존 하구 갯벌 등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최근 강화해안 갯벌 1억3600만평을 갯벌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419호)로 지정했다. 갯벌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관광지나 농경지 개발 등을 위한 매립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된다. 서도면 주문도에 살고 있는 이규철씨(38)는 “바지락 백합 등 조개가 풍부한 서도면 지역이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게 됐다”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화갯벌의 ‘보존’은 허술한 상태다. 화도면 장화리∼길상면 장흥리 일대의 200여개 축산농가에는 정화조 시설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아 축산폐수가 그대로 갯벌로 스며들고 있다. 또 농지에 살포된 농약을 포함해 한강에서 유입되는 오폐수가 강화 앞바다를 끊임없이 오염시키고 있어 갯벌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강화군은 갯벌보존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축산농가에 대해 정화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이에 필요한 설치자금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키로 한 것. 또 바닷가 논 주변에 공동 유수지를 조성해 잔류농약을 정화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화도면 동막리∼길상면 동검도 일대 강화 남단 갯벌 3000여만평도 철새 서식지. 그러나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에서 제외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인천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이곳에서 100여마리의 저어새를 관찰했다는 보고서를 제시하며 강화 남단 갯벌의 천연기념물 추가 지정을 건의했다.

김선흥강화군수는 “강화갯벌은 강화군민뿐만 아니라 온국민이 나서 지켜야 할 우리의 보고”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강화갯벌 가는 길〓48번 국도를 통해 강화대교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새로 난 강화해안도로를 따라 전등사 방향으로 간다. 전등사 앞에서 정수사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면 동막유원지가 나타난다. 강화갯벌이 펼쳐지는 곳이다.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