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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프로기사 차민수 4단]각별한 인연…서봉수와 고교때 대국

입력 | 2000-07-04 18:44:00


74년 5월 서울 대방동 공군본부.

공군 방위병이었던 차민수 앞에 공군 중령 한명이 훌쩍 키가 큰 상병 한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당시 갓 입단한 상태였던 차민수는 당시 바둑 좀 둔다하는 공군 장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장교라고해도 일체 봐주는 경우가 없이 수시로 대마를 몰살시켰기 때문이었다.

이날 차4단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차출된 ‘비밀 병기’는 당시 6단이었던 조훈현이었다. 장교들이 죽 둘러보는 가운데 차민수의 흑선으로 진행된 이날 바둑은 흑 1집승.

이후 차민수와 조6단은 5개월 동안 100여판이 넘는 초속기 대국을 뒀다. 당시 일본에서 귀국한 지 얼마안돼 한국말도 서툴고 친구가 없었던 조훈현에게 차민수는 유일한 말벗이었고 지금까지도 절친한 사이.

차민수 4단은 “당대의 바둑천재 조훈현과 둔 100여판의 스파링이 나의 바둑에 큰 자양분이 됐다”며 “후지쯔배 8강 진출도 이 때 쌓은 실력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봉수 9단과의 인연도 깊다.

69년 서울 노량진기원에서 고3인 차민수와 고1인 서봉수는 처음 만났다. 당시 서봉수가 4점을 놓는 바둑.

그러나 한달이 멀다하고 한점씩 늘더니 어느새 호선으로도 이기기 힘들었다. 더구나 70년 서봉수가 입단한 직후 흑선으로 내리 8판을 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를 뛰어넘으니까 당황스러웠지요. 서9단의 냉정하고 끈질긴 승부기질로 볼 때 도박에 뛰어들었어도 초일류가 됐을 거예요.”

또 올초 국수전에서 조훈현 9단을 꺾고 우승한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은 차 4단을 은인이라고 부른다.

차4단은 89년 톈안문(天安門)사태이후 미국 유랑길에 올랐던 루이 부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올 수 있도록 큰 힘이 돼줬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