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유동성 부족의 뇌관이었던 현대투신증권(대표 李昌植·이창식)이 미국계 보험전문 금융그룹인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그룹(AIG) 등 6개 투자기관으로부터 약 8억달러(약 9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이다. 발표대로 자금이 납입될 경우 회사 경영정상화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지만 실현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유동적인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AIG 등 6개 투자기관에서 9000억원 유치〓현대투신증권은 21일(현지시간)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과 이창식(李昌植)현대투신증권사장이 뉴욕 맨해튼 에섹스호텔에서 AIG 그룹 등 6개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8억1500만달러를 유치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투자기관은 AIG를 비롯해 WL 로스, 캘리포니아 연기금센터(CALPERS), GE캐피털(GECC), 위스콘신 주정부 기금, 트랜스 아메리카 등으로 이들 기관대표로 WL 로스의 윌버 로스 회장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대투신은 이번 MOU 체결 후 회사 실사를 거쳐 1개월 후에 투자대금이 납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투신운용 지분 50% 매각〓현대투신증권이 보유중인 현대투신운용 지분 50%를 주당 2만원씩 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은 현대투신증권에 주당 1만원씩 우선주 증자에 참여해 30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증권에 주당 1만5000원씩 우선주 증자를 통해 3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증권은 이 증자대금 전액을 현대투신증권에 주당 1만원씩 보통주 증자에 참여해 출자하기로 했다.
▽실제 납입가능성이 문제〓현대투신증권은 3월말 자기자본을 1조2000억원이나 까먹은 상태로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올해 안에 1조2000억원의 자본을 늘리지 못하면 경영진 전원이 물러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투신업계에서는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관들과 MOU를 체결한 상황에서 회사 실사작업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실사 후 여의치 않을 경우 예정대로 돈이 안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특히 현대투신증권 지분참여에 우선주 가격을 주당 1만원으로 결정한 것은 회사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또 현대증권 보통주 가격이 10460원인데도 현대증권 우선주에 주당 1만5000원으로 출자한 배경도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AIG는 어떤 회사인가▼
현대투신증권이 대규모 외자유치를 성사시켰다고 발표한 미국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투자금융업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적인 보험금융그룹으로 1919년 설립됐다.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으며 전 세계 130개국에 영업망을 갖고 있다. 자산총액 294조원으로 미국 보험사중 순이익 1위를 기록한 초우량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손해보험지사인 아메리칸홈(최근 AIG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꿈)을 설립해 첫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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