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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⑧

입력 | 2000-06-11 19:38:00


―넥스라는 것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고 하는 가상현실 섹스일 것 같군. 무궁화메디컬센터에서 그것을 연구하고 있고 말이야. 그리고 오르다는 무궁화메디컬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마방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비약이 심한 것 아니야?

―오르다나 무궁화메디컬센터가 왜?

왈도와 인효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정인태가 왈도에게 남긴 메시지나, 이민주가 남긴 글이나 모두 그런 내용 아니야? VS에 얽힌 음모, 무궁화메디컬센터와 오르다, 컴퓨터앞 돌연사증후군(CSDS)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HMD, 베타 테스트 중인 넥스. 넥스가 HMD를 이용한 새로운 차원의 VS라는 해석도 가능하지. 베타 테스트 중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정인태가 죽었을 때, 검시관이 복상사 이야기를 했었어.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아?

왈도와 인효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기기 실험 중에 생긴 사고사일 수도 있고, 더 큰 음모가 있는지도 몰라. 정인태의 죽음이 스팸 메일과 관련이 있다면 누군가 CSDS를 고의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이민주의 죽음도 마음에 걸려.

마방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인태 형이 남긴 R/W CD를 다시 조사해보겠어. PC방에서 볼 때에는 그저 옛날 가수들의 생년월일 같은 것이 있어서, 그저 가수들 신상명세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말이야.

왈도가 말했다.

―그러면 나는 인효와 함께 우용호 경장을 찾아가보겠어. 그 HMD들은 실험용 장비인데다, 로고까지 새겨져 있으니 어디서 사용되는 장비인지 확인하기는 쉬울 거야. 보나마나 무궁화메디컬센터겠지만.

말을 마친 뒤 방진은 사무실 열쇠를 왈도에게 건네주고 인효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경찰청으로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인효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경장님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사실대로 말하고 협조를 구해야지.

방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오빠는 그러지 않을걸. 또 그 사람이랑 티격태격할 것 아니야?

―내 잘못이 아냐. 우경장은 너무 공명심이 강해. 게다가 우리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간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어. 경찰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권위적인지 너도 잘 알잖아.

―사실 나, 고백할 게 있어….

―뭔데.

―그 사고현장 사진들, 우경장님에게서 얻은 거야.

―뭐?

―오빠도 인정했잖아. 이 사건에는 뭔가 큰 음모가 있는 것 같다고. 정말 그런 어둠의 세력이 있다면, 우리 같은 사설탐정이 얼마나 잘 대처할 것 같다고 생각해? 정인태도 죽었고, 이민주도 죽었어. 나는 두렵고 무서워.

―그래서, 우경장은 어디까지 알고 있지?

―전부 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우경장님도 알고 있을 거야.

마방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도 우용호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청에 들어갈 때까지 마방진은 말이 없었고, 인효는 방진의 눈치를 살피며 우용호 경장을 찾았다. 우용호는 방진 일행이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경찰청 로비로 내려왔다. 경찰청 안에서는 이야기를 하기가 곤란하니 밖의 커피점으로 나가자며 잡아 끌었다. 마방진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인효씨에게 사건 설명을 듣고, 나도 나름대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았어. CSDS 케이스를 모두 다. 과연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야.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상부에서 수사중단 압력이 들어왔어.

그 말에 비로소 마방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아직까지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분명 이 수사가 더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고위층에 있어. 이민주를 친 트럭 운전사도 개운치 않게 풀려났고,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갔는지 소재지조차 파악이 안돼.

―HMD는?

―오르다라는 로고가 새겨진 HMD는 무궁화메디컬센터에서만 사용중이야. 일본에서 수입해왔더군. 그러나 무엇을 위한 실험 장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난 윗사람 몰래 무궁화메디컬센터를 조사할 생각이야. 같이 가 보겠나?

마방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그 HMD 자체는 그다지 위험한 것 같지 않아. 내가 그걸 직접 착용해 봤거든. 머리에 쓰고 잭을 컴퓨터에 꽂았더니 자동으로 실행 되던데.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이 있나봐.

―그걸 직접 사용해봤다고요?

마방진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래. 그랬더니 저절로 어떤 인터넷의 어떤 사이트로 접속되던걸. 그러더니 HMD 안의 작은 스크린에 조그만 불빛이 깜빡거리고 괴상한 소리 같은 게 들리더라고.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였어. 엠씨스퀘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인터넷 방송국 같은 사이트였던 것 같아.

―프로토콜이 달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

―프로토콜이 뭐지?

우용호 경장이 물었지만 마방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우용호의 차를 타고 마방진과 인효는 무궁화메디컬센터로 향했다. 가는 차속은 우경장과 마방진의 경쟁심 때문인지 묘한 침묵이 흘렀다.

같은 시각. 왈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인태가 남긴 R/W CD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동창작을 하며▼

서양에 매트릭스(matrix)가 있다면 우리에겐 마방진(魔方陣)이 있다!

공동창작팀이 첫 상견례를 한 것은 3월 중순. 등장인물의 작명이 첫 번째 과제였다. 사이버 탐정소설을 처음 기획한 동아일보 최수묵기자는 공동창작 참여자들의 성명을 죄다 모아서 조합하는 등 한동안 계산(?)에 몰두하더니 ‘마’씨 성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외인구단’의 마동탁이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이름은 뭐가 좋을까?

다들 이런저런 생각을 내놓았지만 신통치않은 반응. 그러다가 김문빈씨가 주저하면서 ‘마방진’ 얘기를 꺼냈다. 맞아, 바로 그거다! 공동창작팀은 무릎을 쳤다.

마방진은 영어의 ‘magic square’와 같은 뜻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수학퍼즐이다. 수학시간에 배우는 매트릭스(행렬)가 요즘은 사이버펑크 SF의 컴퓨터 명칭으로도 유명해졌지만, 마방진은 우리 고유의 수학 전통을 나타내는 훌륭한 이름이었다. 탐정에게 필수적인 덕목이 바로 수학적 치밀함 아닌가.

마방진의 여자친구 ‘인효’는 창작팀 가족의 이름을 빌렸다. 성격이 비슷하다나? 또한 뭐든지 잘 만들고 척척 풀어내는 친구 ‘왈도’는 유명한 SF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작품에 나오는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 이름으로 필자가 제안했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공동창작팀

▽웹디렉터〓김명선 김문빈 박진영(라이코스코리아)

▽캐릭터디자인〓김민봉

▽정리 및 감수〓박상준(SF해설가) 최수묵(동아일보)

▽글〓장강명(SF작가·tesomion@chollian.net)

▼용어해설

▽프로토콜(protocol)〓본래의 의미는 외교활동을 할 때 의례 또는 의정서를 나타내는 말. 그러나 네트워크 구조에서는 ‘표준화된 통신규약’을 뜻하며 통신을 원하는 두 개체간에 무엇을, 어떻게, 언제 통신할 것인가를 미리 약속해놓은 규약을 의미한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규모가 방대해지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정보전송 수요가 다양화되면서 프로토콜의 기능이 복잡하게 분화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장비가 계속 증가되는 추세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호 프로토콜의 표준화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프로토콜은 TCP/IP라는 것이다.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and-Play)〓시스템이 시작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도록 한 속성을 말한다. 즉 각종 하드웨어 장비나 보드를 별도의 설정 없이 그냥 설치만 하면 자동 동작되도록 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일컫는 용어. 예를 들어 컴퓨터 시스템에 전원이 들어와 시스템이 부팅되면 자동적으로 호출되어 실행되는 프로그램들의 속성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컴퓨터 운영체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사이트를 들러보세요

기존의 공중파 방송(KBS MBC 등)이나 케이블TV와 같이 TV와 라디오를 매체로 시청자에게 전달되던 정보를 인터넷을 매체로 하여 네티즌에게 전달하는 방송개념.

인터넷의 확산과 WWW(월드와이드웹)의 발전, 네트워크 환경의 고속화와 대용량화, VOD & AOD 개념의 등장, 음성과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줄 수 있는 스트리밍 미디어 솔루션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얻고자 하는 네티즌의 욕구가 인터넷 방송의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인터넷방송국은 기존의 방송국이 자사의 프로그램들을 인터넷으로 방송하는 형태와 인터넷기업이 인터넷만 이용해 방송하는 독립방송국으로 나누어진다.

한국방송공사(www.kbs.co.kr)와 문화방송(www.mbc.co.kr), 음악 케이블 TV인 M.Net(www.mnet27.co.kr)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 후자는 대화형 인터넷방송국 CHATV(www.chatv.co.kr)와 나인포유(www.nine4u.com) 등이 있다.

CHATV에서는 인터넷 홈쇼핑 방송을 비롯해 유명인사 강연, 대규모 콘서트, 멀티미디어 드라마와 영화, 게임 등을 제공하며 나인포유에서는 음악전문방송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하고 색깔있는 음악 방송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네티즌이 직접 제작 방송하는 방송국인 셀프TV(www.selftv.com)와 각종 광고의 NG장면을 따끈따끈하게 전달해 주는 NGTV(www.Ngtv.ne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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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사이버탐정 마방진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방진의 홈페이지(http://mabangzin.lycos.co.kr)에 들어가서 cafe-BBS로 들어가면 마방진의 인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방진은 여러분이 만들고 키워나갈 캐릭터입니다. 작품의 전개방향이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지금 즉시 마방진의 게시판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