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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벤처 첨단기술인력 마음대로 못옮긴다"

입력 | 2000-06-08 20:04:00


대기업 연구개발 인력의 ‘벤처 엑소더스’에 제동을 거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6부(재판장 이성호·李聖昊부장판사)는 7일 퇴사 후 1년 동안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어기고 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김모씨 등 전 직원 9명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낸 전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 성과를 직원의 전직(轉職)으로부터 보호해 줄 필요가 있는 만큼 회사측이 직원들과 맺은 경쟁업체 취업금지 약정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정당한 계약”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약정의 기간을 지나치게 확장하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과 영업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지만 기술발달 속도 등을 감안할 때 1년이라는 기간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사와 맺은 약정에 따라 김씨 등 9명이 퇴직 후 1년 동안 삼성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삼성전자와 유사한 약정을 하고 있어 법원의 이번 결정은 대기업 직원들의 벤처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신속한 인력수급을 생명으로 하는 벤처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보통신업계 중에서 삼성전자와 동종으로 분류되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며 “직장을 옮길 때 자기 분야를 포기하라는 요구는 취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4월 김씨 등이 벤처기업인 미디어링크와 넥스컴으로 직장을 옮기자 수원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