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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전망 2000'

입력 | 1999-12-21 18:52:00


로마클럽이 72년 미국 MIT대학에 연구를 의뢰해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미래보고서는 발간되자마자 세계 지식인사회를 경악시켰다. 당시만해도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산업팽창 인구증가 공해 등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될 경우 인류는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피히트는 이 보고서를 원자폭탄이후 인류에게 가장 충격을 준 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보고서는 상당 부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오염은 모두의 당면과제로 등장했고 자원고갈과 식량 문제도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학문, 즉 미래학은 이 보고서이후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면 된다. 너무 막연한 학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분석기법이 발전하면서 신뢰감을 높여가고 있다.

▽세계미래학회가 21세기를 전망하는 ‘전망2000’을 내놓았다. 10가지 항목으로 정리된 내용을 보면 손목시계 형태로 건강을 점검하는 장치가 10년내에 개발되고 100세 이상 장수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등 기대되는 전망도 있지만 한편으로 세계인구 10억명이 물부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고 세계 언어의 90%가 소멸할 것이라는 등 별로 달갑지 않은 것도 들어 있다.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리도 나름대로 21세기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정책입안가들은 단기 정책은 쉽게 내놓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그 오차범위를 줄이는 일은 앞으로 국력과 직결되는 작업 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새천년 준비가 이런 쪽에는 소홀히 한 채 들뜬 분위기로만 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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