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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연욱/"면책특권 믿고 막 말해서야…"

입력 | 1999-12-09 19:48:00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의 ‘옷사건’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의원은 8일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를 통해 이른바 ‘최초보고서, 작성자로 신건(辛建)전국정원2차장을 지목했다.

이의원은 “박상천(朴相千)전법무장관의 후임자리를 놓고 신전차장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과 암투를 벌였다”며“신전차장은 엄익준(嚴翼駿)현국정원2차장과 공모해 이 보고서를 작성해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당사자의 ‘명예’는 물론 ‘인격’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록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해도 함부로 발언할 성격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의원은 9일 신전차장이 “사실무근”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데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김전총장과 신전차장의 암투설은 당시 나돌았던 얘기로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며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다.

이의원은 8일 오전 예결위에서도 KBS TV가 국정원의 사주로 ‘추적 60분’ 프로를 제작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그렇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는 예산심의를 1시간반 동안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원은 ‘국정원 사주’임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이의원은 3일 ‘언론문건’과 관련해 전 중앙일보 기자 문일현(文日鉉)씨의 전화통화 내역을 공개하면서 사건과 관계 없는 통화자의 전화번호를 마구잡이로 공개해 당사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발언은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마음내키는 대로 다른 인격체를 모독하고 상처를 줘도 좋다는 ‘특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연욱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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