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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종무/인권은 '관용의 문화'서 자란다

입력 | 1999-12-09 19:48:00


21세기가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서서히 종말을 고하는 금세기를 돌이켜봄으로써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인류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포함한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대량학살 등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말살되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천부의 권리로서의 인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고 51년전 오늘(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세계인권선언에 깃들인 숭고한 정신과 원칙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투쟁에 귀중한 등불이 되었다. 세계인권선언의 바탕위에서 각종 인권협약들이 마련돼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의 정신 위에서 많은 국가들이 인권보호를 위한 법제마련과 인권기구 설립 등을 통해 인권개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각종 인권협약 채택과 인권보장 제도 설립 등을 통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대량학살 불법처형 등 조직적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가 하나의 지구촌화하는 가운데서도 세계 구석구석에는 편견과 혐오에 따른 반목과 불화가 쉬지 않고 자라나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코소보 사태와 동티모르 사태에서 보듯이 타민족 타종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무고한 양민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 이어져 20세기의 마지막 장을 피로 얼룩지게 하였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국제적 국내적인 각종 인권보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권침해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정신이 결여된 데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법률과 제도를 갖추었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인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결국 인권침해를 낳고 오늘의 인권침해는 내일의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21세기를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속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함께 ‘관용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타인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인종, 다른 종교, 다른 문화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관용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때 비로소 세계인권선언의 숭고한 정신과 원칙이 실현될 수 있다.

한국은 주요 인권규약에 모두 가입했고 국내법 제도도 미비점 보완을 적극 검토중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최근 한국의 개선된 인권상황과 인권신장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00년에 국민 인권위원회가 설립되면 인권보장과 인권침해의 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법과 관행의 개선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이 천부의 권리로서 인권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도덕성, 사회의 문화성 등 보이지 않는 인권환경을 제고시켜 나갈 때 진정한 인권보장이 실현되는 것이라 하겠다.

나와 다른 것을 관용하고 포용하고 존중하는 보다 성숙한 시민문화의 발전이 21세기에 국가 발전과 번영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종무(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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