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음모 의혹’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물건너가는 모양이다. 여야(與野)는 지난달 15일 3당 총무회담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최종 합의하고 이틀뒤 여야 의원 11명으로 ‘언론문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위원장 박희태한나라당의원)를 구성했다. 그러나 20여일이 지나도록 국정조사에는 착수도 하지 못하고 있다. ‘못하는 것’인지 ‘안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고, 아무래도 이번 정기국회 폐회일(12월18일)을 넘길 것 같다는 보도다.
만약 이번 정기국회를 넘긴다면 언론문건 국정조사는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는 셈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온통 나라를 뒤집어 놓을듯 시끄럽던 문제를, 더구나 본질적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중대한 사건을 이렇게 흐지부지 넘길 수 있다는 것인지 여야에 묻고 싶다.
여당측은 국정조사가 안되는 이유로 언론문건 폭로자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증인으로 나서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야당은 정의원이 증인으로 나서려면 문건 작성자인 문일현(文日鉉)전중앙일보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여권실세 및 청와대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증인선정 문제가 국정조사를 가로막는 최대걸림돌이고 그걸 치우지 못해 기왕에 합의한 국정조사를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정조사의 증인이 무슨 죄인도 아닐진대 국민적 관심사인 사건의 의혹을 푸는 일에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단 말인가.
한나라당 정의원은 비록 이번 사건의 본질이 언론대책문건의 작성 경위와 그 시행 여부에 있다고는 해도 문건 폭로자로서 마땅히 국정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정의원은 애당초 문건 작성자로 이강래(李康來)전청와대정무수석을 지목했었던 만큼 그 전후사정을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여권도 실세든, 청와대관계자든 사건을 말끔히 정리하는데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국정조사를 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의 언론장악 음모가 실재(實在)했었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그동안 옷로비 사건 등과 겹치면서 이제는 국민 마음 속에서 ‘권력의 거짓’이란 보다 ‘본질적 의혹’으로 내연(內燃)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여권은 시간을 끌어 의혹을 그럭저럭 덮어보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 야당을 탓하기에 앞서 국정조사를 주도해 현권력이 직면하고있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무튼 여야는 당장 언론문건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 여야간에 작은 이해가 맞아떨어져 ‘안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 못할 이유가 없고, 또 당연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