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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자료준비 백태]"내 이름 알리자" 빗나간 열정

입력 | 1999-09-28 19:40:00


시민단체들의 의정감시활동 등으로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실적이 등급화 계량화될 상황에 이르자 일부 의원들은 실제감사보다 언론보도 등 ‘매명(賣名)’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의원 보좌진들은 그날그날 언론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사안에 초점을 맞춘 질의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느라 눈코 뜰새 없다. 터키에 이어 대만에도 강진(强震)이 발생해 한국에서도 지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지진 관련 보도자료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게 바로 그 실례. 27일만 해도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 김홍일(金弘一), 한나라당 노기태(盧基太)의원 등이 국내의 지진위험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슈 쫓기에 급급하다 보니 부실하거나 과장된 자료도 적지 않다. 도청 및 불법감청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 등이 “휴대전화도 감청이 된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가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휴대전화와 일반전화의 통화는 감청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최소한의 분석이나 검증도 없이 정부의 통계수치를 그대로 전재해 의원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27일 기자실에 나온 ‘지방자치단체의 부채현황’ 등 5, 6건의 보도자료는 정부의 문건을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포장한 것.

시민단체의 의정평가에서 ‘정책자료집’ 유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의원들마다 앞다퉈 내는 정책자료집도 문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나름대로 공을 들인 자료집도 없지 않지만 어떤 의원은 단순통계와 언론보도 등을 짜깁기한 ‘담보보증대출의 폐해에 관한 연구’라는 정책자료집을 내 빈축을 샀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