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稅風)이 또 불어닥쳐 정국을 경색시키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의 원만한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와 인권법안 처리, 추경예산 등 주요 현안을 다루는 이번 임시국회가 극한적 세풍공방에 휘말려 파행을 겪어서는 안된다. 이른바 세풍사건이 심심하면 정쟁거리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검찰의 명쾌하지 않은 자세에 있다고 본다. 작년 8월에 시작한 이 사건 수사를 왜 아직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수사에 따르면 세풍사건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97년12월의 대통령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청의 힘을 동원, 기업들로부터 모두 166억여원을 거둔 사건이다. 이때 중요 역할을 한 서상목(徐相穆)의원과 임채주(林采柱)전국세청장 등이 기소돼 1심재판을 받고있고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은 미국에 도피중이다.
문제는 불법모금액 가운데 일부를 한나라당 당직자 등이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은닉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보도를 부인하고 있으나 개인별 몰수 또는 추징액수를 확정하기 위해 이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 등이 이른바 세풍자금중 일부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있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해 9월에도 검찰은 수표추적 결과를 토대로 의원 부인 등이 쇼핑 등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이미 진상을 철저히 가렸어야 할 사안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이는 검찰의 불투명한 자세때문이라고 본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세풍자금의 일부가 정말 개인용도로 사용된 것이 있는지, 또한 어디까지 문제가 되고 안되는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미국에 도피중인 이전차장이 돌아오지 않고 있음을 핑계로 수사를 질질 끈다면 속뜻을 의심받을 수 있다. 정부여당이 정치적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야당을 몰아치기 위해 세풍수사내용중 일부를 흘리는게 아니냐는 말이 세간에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은 알아야 한다.
검찰이 불법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이 있으면 제때제때 기소하는 등 투명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나라당도 언제까지 세풍사건의 볼모로 끌려다닐 것인가.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여 빨리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 정부여당에서도 이를 정국돌파용 무기쯤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