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경찰관이 1대1로 만나면 영락없는 ‘고양이와 쥐’의 모습이다. 형사가 사건을 검찰로 넘기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검사실로 찾아가야 한다. 형사는 ‘검사님’ 또는 옛날식으로 ‘영감님’ 하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검사가 형사보다 젊은 경우가 많다. 형사는 속으로 배알이 꼴리겠지만 겉으로는 깍듯이 대한다. 검사는 수사지휘권을 가진 ‘왕’인 탓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을 집단적으로 보면 양상은 사뭇 달라진다. 검사들도 경찰은 ‘무서운 조직’임을 인정한다. 경찰의 무기는 정보력이다. 검사가 경찰 정보망에 불미스러운 일로 걸려들면 좋을 리 없다. 실제로 변혁기에 경찰정보에 의해 희생된 검사가 더러 있다. 검찰은 자체의 하부조직이 빈약해 정보수집에 한계가 있는 반면 경찰은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장기(長技)다. 정권마다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경찰정보는 내치(內治)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최근 다시 터져 나온 수사권독립 문제만 해도 경찰의 집단적 힘을 말해준다. 목소리 내기에 앞장선 경찰청장은 어제의 ‘쥐들의 총수’가 아니었다. 경찰대학 동문회까지 동원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였다. 검경간에 일전불사의 양상이 펼쳐지자 대통령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 일단 싸움을 뜯어말렸다. 그러나 싸움은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음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수면위 싸움 못지않게 치열하다.
▽검경의 ‘흘러간 옛노래’를 들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검찰은 율사 출신이 대부분인 국회 법사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전에 한창이라고 들린다. 경찰은 경찰대로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안간힘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대폭 채용, 청문관제도 실시, 3개 경찰전문학교 설립 등 그럴듯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어느 편일까.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