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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式 정쟁 눈살]여야 입만 열면 저질막말

입력 | 1999-05-07 19:40:00


정치가 또 막가고 있다. 그래서 ‘품위있는 정치’를 볼 수 있는 날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거의 관행이 되다시피한 ‘날치기’와 ‘몸싸움’에다 시정잡배들을 연상케 하는 ‘저질 막말 공방’으로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날로 깊어가지만 별다른 개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이런 ‘막가파식 행태’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품위있는 정치’를 이루기 위해 내년 4월 총선 때 유권자들이 반드시 ‘표의 심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저질 정치인 명단’을 선정해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까지 표명하고 나설 정도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6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을 ‘독재화의 길로 가고 있는 정권’으로 규정하고 ‘제2의 민주화투쟁’을 선언한 이후 여야의 ‘막말 싸움’은 완전히 고삐가 풀려버린 느낌이다.

이런 행태에 대해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수가 힘’이라는 여권의 사고방식과 이에 기초한 무리한 정국운영, 야당의 정체성 부재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집권세력의 정치력 부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대 장달중(張達重)교수는 “현 정부는 소수연립 지배구도를 활용해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야당을 압박하는 정국운영을 해온 것이 극한대치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도 국민이 혼란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만큼 장외투쟁이 아닌 효과적인 투쟁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과거의 야당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시민입법국장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국민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선거 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정치개혁시민연대의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저질 정치인 명단’을 작성해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