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대우조선의 파업 등 노동계의 대규모 집단행동에 대해 주한 외국인기업들이 심각한 우려와 불안감을 표시하고 관련 경제단체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외국인기업 또는 단체는 특히 노사문제가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투자사업의 철수까지 예고하고 있어 대외신인도 추락 등 경제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에 따르면 최근 주한미상공회의소(암참·AMCHAM)관계자들은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사안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다 최근 노동계의 파업까지 일어나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들은 또 “한국정부가 기업과의 약속을 깨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더이상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는 것.
주한EU상공회의소와 서울저팬클럽관계자들도 최근 잇따라 경총 임원들과 만나 파업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대책마련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23일 전경련이 주한미상공회의소 주한EU상공회의소 서울저팬클럽 등 회원기업을 초청해 개최한 5대그룹 구조조정 설명회에서도 2백60여명의 외국기업인들은 지하철 노조의 파업 등 최근 벌어진 노정(勞政)간 갈등의 향배를 집중 질의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에서는 노조의 불법파업 사례가 지나치게 많아 사업계획 수립과 집행상 차질이 일어나는 등 사업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단시간 내에 파업정국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투자금회수와 사업장 철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경총과 전경련측은 전했다.
실제로 최근 노사갈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부 외국계 기업은 사업장 철수를 검토 중이며 국내 외국인투자 상담업체에는 3월부터 신규 직접투자상담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계 제조업체인 O사와 일본계 전기부품회사인 H사, 영국계 공업용품생산업체인 H사 등 10여개 기업이 사업철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