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KAL기가 추락했다. 이번엔 한국 항공사상 처음이라는 화물기 추락사고다. 15일 오후 중국 상하이 훙차오 공항을 떠나 서울로 오던 KAL 화물기가 이륙 직후 공항남쪽 10㎞지점 신개발지역에 곤두박질쳤다. 여객기가 아니었고 추락지점이 주택가를 비켜나 인명피해가 작았으나 만약 아파트라도 덮쳤다면 엄청난 참사를 부를 뻔했다. 그렇지만 9명 사망 40명 부상이라는 인명피해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KAL은 지난 6년간 무려 43건의 각종 안전사고를 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15일 포항 활주로 이탈사고로 수십명의 부상자를 낸 지 한달만에 다시 또 참사가 났다. 뿐만 아니라 KAL은 지난해 잇단 사고로 국내선 20% 6개월 감편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그후 안전운항체계 구축 등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그러잖아도 KAL의 안전등급은 말이 아니다. 항공여행자협회(ATA)가 매기는 안전등급이 세계 항공사는 물론 아시아지역 항공사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사고로 KAL의 안전등급은 더 낮아지게 되었다. 국적기의 이같은 신인도 하락은 KAL 자체의 문제만일 수 없다. 국내외의 여행객들이 우리 항공기를 외면할 때 국가경제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아직 사고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테러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정비불량이나 기기작동 미숙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 KAL의 구태의연한 안전불감증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동안 사고가 날 때마다 정비불량과 무리한 운항 등이 지적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일련의 사고가 그것을 말해 준다.
우선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일이다. 정확한 원인을 가려내야 똑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항공사의 운영체제 및 안전대책 등에 대한 종합점검과 보완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당국의 감독책임 또한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항공기 사고와 관련,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 처방은 과징금 부과나 운항편수 감축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안된다. 외국의 경우처럼 사고노선의 면허취소, 신규노선 배분중지 등을 통해 어떤 사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항공사에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항공기 사고는 거의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항공사와 항공당국은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