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규 노사화합선언’을 한 기아자동차노조에 대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결정해 노동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96년 민주금속연맹(현 금속산업연맹의 전신)이 노사화합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한라중공업노조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일은 있지만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연맹의 이같은 결정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별기업의 노사합의에 이례적으로 제동을 건 것으로 다른 기업의 단체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속산업연맹은 18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기아차노조의 ‘무분규 노사화합선언’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격정지는 심할 경우 ‘제명’까지 포함되는 규정.
금속연맹은 “무분규 노사화합선언은 노동3권 중 쟁의권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기아차노조가 스스로 노조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연맹의 핵심인 기아차노조가 무분규를 선언해 노동운동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속연맹은 27일 임시중앙회를 열고 기아차노조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확정하기로 하고 함께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개별 서명을 받아 ‘무분규 노사화합 절대불가’ 원칙을 특별결의할 예정이다.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노조관계자는 “노조내부에서도 비판은 있었지만 고용보장이라는 최종목표를 위해서는 경영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무분규선언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무분규선언으로 노조의 기본기능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아의 무분규 노사화합선언은 노동운동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회생에 더 비중을 둔 것인데도 불구하고 금속연맹이 징계 결정을 한 것은 지나친 조치다”며 “이번 조치로 다른 개별기업 노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