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월 주총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에 총비상이 걸렸다.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후 처음 맞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시민단체등을 중심으로 오너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문제가 한바탕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기업마다 우호적인 기관투자가 확보에 나서는등 전략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참여연대가 14일 5대 그룹 대주주와의 ‘전쟁’을 선언함에 따라 재계가 벌써부터 바짝 긴장한 상태다.
▽소액주주 도전 거세진다〓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위원장 장하성·張夏成고려대 교수)는 14일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대우 LG반도체 SK텔레콤 등 5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주주총회에 적극 참석, 부실경영과 부당내부거래 책임자 문책 등을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참여연대는 주총에서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주식지분을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10주 갖기운동’을 통해 확보한 뒤 2,3월에 집중된 5개사 주총에서 이같은 요구를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 등 ‘주주제안’에 나선다는 전략.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자동차 투자실패에 대한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책임을,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기아자동차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신주인수권과 전환사채 배정과정에서의 주주이익 침해 최소화 등도 5개 대기업 공통 요구사항으로 정리했다.
▽공방 뜨거울 주총 현장〓2,3월로 집중된 올해 주총은 지난해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이후 처음일 뿐만 아니라 총수들 대부분이 이사등재를 완료, 경영부실에 대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분기별 경영정보를 주주들에게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응전략 수립에 착수.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전관 등 전자관련 계열사들의 외국인지분율이 50%수준에 육박, 외국인투자자들의 연대를 통한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 우호적인 기관투자가 확보작업을 시작했다.
대우는 삼성과의 빅딜 대상인 대우전자의 우리사주 또는 비상대책위 등이 주총에서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LG반도체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올 주총에서는 특히 7개사업구조조정 업종 가운데 석유화학과 철도차량 항공기 등 통합법인 설립을 앞둔 대그룹들이 심한 홍역을 겪을 전망. 통합법인 설립과정에서 모그룹이 해당기업 부채의 상당부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 경우에 따라선 사업 양수도에 필요한 3분의2 이상의 특별결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
▽재계는‘지분만큼 권리 인정’〓타깃이 된 대기업들은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참여연대측 논리를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삼성전자는 “소액주주가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분 만큼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 특히 이건희회장이 자동차투자 실패를 책임지라는 요구에 대해 “투자실패는 IMF라는 ‘천재지변’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전망.
회사 간판을 내리게 된 LG반도체는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한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이익에 직결되는 빅딜이 사실상 정부 주도로 무지막지하게 진행되는 데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오늘 내일하는 회사에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특히 부당내부거래 문제는 현재 공정위 조치의 정당성을 놓고 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이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
현대중공업은 “기아자동차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내린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 평가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대우와 SK그룹은 ‘원칙적으로’ 참여연대 주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