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부동산시장에는 집값과 땅값의 폭락, 신규아파트 청약률 급락, 공실률 급증, 경매 낙찰률 폭락 등 초유의 상황들이 연중 계속됐다. 내년에는 이같은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4회에 걸쳐 올 한햇 동안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내년 전망을 정리해본다.》
전국 아파트 값은 88년 10월을 100으로 했을 때 97년 11월말 197.8에서 11월말 159.9로 무려 37.9 포인트 급락했다. 전세금도 97년 11월에 196.3에서 11월말 148.3으로 48 포인트 추락했다.
이렇게 집값과 전세금이 폭락하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 때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전세대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신규분양 시장에도 냉기가 감돌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00% 이상이던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률이 올들어 9월말까지 평균 38.3%로 떨어졌다. 6월에는 1%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올해 주택 시장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를 살펴본다.
▼지리한 집값 줄다리기〓집값이 계속 떨어지자 수요자는 집주인의 호가(呼價)가 더 내리기를 기다리며 주택구입 시기를 미뤘다. 집주인은 호가를 높게 유지하면서 수요자의 입질을 기다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지리한 줄다리기가 연중 내내 이어졌다.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변동 적었다〓전세대란으로 이사철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기 어려워지면서 이사철에 몰리던 전세 수요가 분산돼 매매가는 떨어지는데도 전세금은 꾸준히 보합세를 유지하는 현상이 하반기에 지속됐다.
▼품질경쟁 본격화〓한탕을 노린 투기수요가 진정되면서 업체들이 가격과 품질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경기가 나쁠수록 아파트 품질은 좋아진다’는 속설이 입증됐다. 한편 건설업체 부도가 잇따르면서 업체의 지명도가 가장 중요한 아파트 선택기준으로 부상했다. 이에따라 아파트를 잘 짓는 탄탄한 중소업체가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인기평형 양극화〓60평형 이상의 대형평형으로만 이뤄진 아파트가 100% 가까운 분양률을 기록한 적이 많았다. 한때 20평형대 아파트도 강세를 보였으나 업체들이 소형평형 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점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실수요자들이 30평형대에 몰리면서 중심평형이 종전 25∼30평형에서 30∼35평형으로 바뀌었다. 40, 50평형대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선택 폭이 넓어졌다〓거래 품목이 분양권, 미분양, 신규입주, 신규분양, 기존주택 등으로 다양해졌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가격 입주시기 융자조건이 맞는 아파트를 찾을 수 있다. 거꾸로 주먹구구식 투자로는 자칫 손해를 보기 쉽다. 다양한 정보 수집과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