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외화유동성(단기간에 동원해 사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이 7백50억달러에 달해 작년말 이후 계속돼온 외환위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석은 최근 국내 일각에서 제기돼온 연말 외환부족설을 부인하는 것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 개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11일 국제금융시장에 배포한 한국보고서에서 ‘앞으로 한국에 작년 11월과 같은 외화부족사태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내년중 한국이 상환해야 할 외채 3백57억달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영리 젠 부사장(홍콩주재)은 아시아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분석가로 작년 11월 중순 외국자본의 한국이탈을 유도하는 보고서를 낸 사람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는 10월말 현재 4백53억달러이며 민간이 장롱속에 보관하고 있거나 해외금융기관 예치 및 외국채권 매입 등을 통해 보유중인 달러까지 합하면 한국의 외화유동성은 최대 1천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내에 갚아야 할 외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동원 가능한 외화유동성은 7백50억달러 정도라고 모건스탠리는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금을 직접 매입한 것 이외에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금융기관과 기업 및 민간의 외화보유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또 작년말 외환위기 때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줬던 긴급자금 69억달러가 예정대로 내년 6월말 상환되면 정부의 외화운용이 훨씬 용이해질 전망이라는 것.
따라서 내년중 만기가 되는 3백57억달러의 외채 상환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올 연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천4백원대 안팎에서 안정적 기조를 보이면서 외국투자자본의 대거 유입을 부추겨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외환시장이 안정됐다고 가까운 시일내에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결국 기업구조조정의 성패와 개혁정책의 지속성 여부에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