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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司正 이제 어떻게…

입력 | 1998-09-16 19:03:00


정치권에서 ‘사정(司正)중단 협상설’이 나오자마자 검찰이 야당의 전직 총재권한대행을 포함한 중량급 정치인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나섰다. 사정은 정치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비리가 있다면 누구든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처사는 당연하다. 이 시점에 사정을 대충 끝낸다면 제반 개혁에 대한 냉소를 불러 사정을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사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작금의 전개양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 않는 듯하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첫째는 형평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보복사정’ ‘표적사정’ 시비가 확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혔음직한 정치인들이 줄줄이 잡혀 가고 소환된 정치인이 여당 2명을 빼고는 모두 야당 소속이다. 지금 야당은 과거에 여당이었으니까 비리혐의자가 많을 수 있다고도 하겠지만 과거 야당이 훨씬 깨끗했으리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둘째는 사정의 기준과 명분이 불분명하다. 검찰은 개인비리와 작년 11월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의 정치자금을 문제삼는다는 입장인 것같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이 정치자금이고 무엇이 개인비리인지 명확하지 않고, 개인비리를 어디까지 손대겠다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특히 무엇을 위한 사정인지가 뚜렷하게 와닿지 않는다. 사정이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싹트고 ‘야당파괴’주장이 얼마간 먹혀드는 데는 사정의 명분과 기준에 대한 이해부족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정치권의 잘못된 대응이다. 여당은 그동안 사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왈가왈부해온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에 대한 야당총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개입이나 흥정의 인상을 주는 것이다. 야당 또한 사정을 무작정 정쟁화(政爭化)하며 ‘물타기’를 시도해 왔다. 게다가 일부 인사들은 검찰소환에 불응하며 정권을 향해 엄포를 놓고 있다. 떳떳하다면 소환에 불응할 이유가 없다. 검찰을 무시하면서 엄포만 놓는 것은 뒷거래를 겨냥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해법은 분명하다. 여당은 사정에 참견하지 말고 야당은 사정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장외에서 정쟁만 벌이지 말고 국회를 빨리 열어 산적한 안건부터 처리해야 한다. 사정에 대해서도 국회를 열어 따져야 옳다. 아울러 검찰은 사정의 기준을 국민이 알기 쉽게 밝히고 형평성을 가시적으로 입증해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사정이 정치를 가로막지 않는다. 사정과 정치는 분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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