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 등 공공부문 개혁작업이 해당기관의 반발로 원칙이 흔들리거나 후퇴하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공공부문이야말로 사회전반의 개혁요구를 앞장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 금융개혁 등 민간부문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 요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일부 공공기관은 경영진과 노조가 한통속이 되어 정부의 개혁작업에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지극히 유감스런 일이다.
기획예산위원회가 최근 18개 정부부처 산하 출연 위탁기관 1백33개소에 대해 경영혁신 세부추진계획을 제출토록 했으나 한국마사회 등 8개기관이 인력감축 사업구조개편 경비절감 등 정부 개혁지침을 따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관들도 인력감축 등의 개혁노력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발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 등의 통폐합을 통한 농업생산기반 정비작업과 농협 축협 임협 등 농업인 자조조직의 통합을 둘러싼 집단반발이다. 조직의 합리화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당연히 합쳐져야 할 기관들인데도 조직이기주의에 편승해 조직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자체구조개혁안을 내놓을 테니 정부가 이를 수용하라는 것이나 실제로는 기득권 보호차원에서 정부의 통합방안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농진공 농조연 농조 등의 통합 당위성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농정지원 기관 중에서도 기능중복과 조직비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이 농업생산기반조직이다. 이들 기관은 비슷한 업무를 중복 수행하는 낭비와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되어 왔다. 그동안 농업부문에 대한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농촌과 농민들에게 직접 돌아가지 못한 것은 농업지원조직의 방만한 예산 운용과 조직 인력구조에도 원인이 있었다.
농업 관련 협동조합의 통합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농민들의 자조조직이면서도 협동조합 본래 목적인 경제 지도사업은 뒷전인 채 신용사업에만 열중해 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한정된 지역, 한정된 농업인을 상대로 불필요한 경쟁을 하면서 방만한 조직운용과 예산 낭비로 농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마침내 농민단체들이 이들 조직의 통폐합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단체들은 15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농정조직과 협동조합의 통폐합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개혁의지다. 농정지원조직을 단일조직으로 정비해 농업부문 투자의 효율화를 꾀하고 농민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개혁노력이 또다시 주춤거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