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승진을 위해 ‘인사고과 점수 품앗이’를 해준 게 결국 정리해고로 돌아오다니….”
승진을 제때 하려면 ‘인사고과’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 이런 분위기탓에 기업에선 승진 시기가 임박한 직원에게 고과점수를 몰아주는 게 관례. 이 관례에 따라 일단 승진해 진급 걱정이 적은 부서원은 당연히 다음 고과에선 박한 점수를 받게 마련이다.
직장인들이 상대평가 방식인 인사고과 제도의 약점을 십분 활용해 서로가 좋은 ‘윈―윈’ 전략을 펼쳐온 셈.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 폭풍이 밀려오면서 인사고과 점수를 양보해 낮은 평가를 받은 직장인들이 정리해고 명단에 잇따라 오르는 변을 당하고 있다. 대다수가 최근에 승진한 사람들이다. 작년초 이런 관행 덕택에 승진한 S사 J대리. 승진 후 선후배의 앞날을 위해 최하위 인사고과 점수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 그가 얼마전 정리해고 명단에 덜컥 올랐다. 그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인사고과 품앗이가 관행인 것을 다 아는데 회사에서 쫓겨나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난처한 것은 부서장이나 동료직원도 매한가지. 예상치 못한 인력조정에 휩쓸린 그를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정일재(丁一宰)이사는 “승진에 맞춰 점수를 높여주는 이른바 ‘목적고과’는 신분상승이 기업 최고의 덕목일 때나 가능했다”며 “연봉제와 실력위주의 기업문화가 급속도로 정착되면 봐주기식 인사고과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