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창밖의 가을과 눈맞추다. 찬 이슬을 쐰 바람결에 느티나무 잎새의 서걱거림이 들려오는 듯. 참 맑고 고운 햇살…, 출렁이는 산들의 허벅지 같은.
그랬던가. 동네 앞산 미루나무 이파리 수천 수만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그 긴 여름을 뒤척임은 ‘그’를 부름이었던가. 이제, 여름을 숨죽여온 열매들도 고개를 들겠지. 빛의 알갱이, 그 속살을 부비며 헤엄치며 송사리처럼 퍼덕이겠지. 맑음. 아침 19∼24도, 낮 25∼31도.
부르면 부를수록 더 뜨거워져만 갔던 너, 여름에게.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때/그리하여 이제는 저무는 일만 남았을 때//추하지 않게 지는 일을/준비하는 꽃은 오히려 고요하다//…아는가/아름다움 조금씩 저무는 날들이/생에 있어서는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도종환)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