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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선한승/제2기 노사정위에 바란다

입력 | 1998-05-25 19:28:00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부터 난관이 예고되고 있다. 제1기 위원회가 3주만에 대타협을 도출해내 우리 경제위기를 한숨 돌리게 하는데 크게 한몫을 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사실 정부와 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2기 위원회는 1기에 비해 특별히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기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인 노동시장 유연화의 법제화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었지만 2기에서는 한결 가벼운 입장이다.

▼ 노동계 실리 얻어낼때 ▼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가 제2기 노사정위원회를 서둘러 발족하려는 배경은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사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2기의 경우 노사안정에 협조만 하면 되는 것이지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다는 얘기다.

제2기노사정위원회의 주요 의제는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의 처벌조항 삭제, 단체교섭 체계 변화, 교원노조 허용등으로 노동계의 협상력 여하에 따라서는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문제해결은 주로 서구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정착된 제도다. 서구 국가들은 1백년 이상 노동자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노사정의 세력균형 속에서 3자 협의체를 통한 동반자관계를 도모했다. 이러한 3자 협의체는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로 체계화되어 경제위기시에 노사정 협력체제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운동이 일천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더구나 고용조정법 등 어려운 난제에 대해 대타협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럽의 사회민주당에 비견할 만한 신정부의 전향적 노동정책과 6·25 이후 최대 국난으로 지칭되는 IMF 경제위기다.

2기 역시 성공적인 노사정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긍정적인 요인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여기에는 노동계의 전략전술적 측면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즉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정세의 국면전환을 위해 5월1일 근로자의 날 시위를 시작으로 27일 제1차 총파업 계획, 6월10일 2차 총파업 계획 등 초강도의 투쟁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노동계는 고용안정 생존권사수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구조의 전면적 개혁 등에 투쟁 목표를 두고 있어 노사불안이 예상된다. 더욱이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의 재협상, 부당노동행위 근절, 재벌개혁 등을 제시하고 있어 위원회의 출범자체가 간단치 않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국민이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거는 기대는 간단하다. 노사간의 갈등에 대한 해법을 공동 모색함으로써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는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노사안정이 절대 긴요하다. 이러한 경제위기 극복의 ‘구원투수’로서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순항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다. 그러나 무대가 아무리 화려하게 단장돼 있어도 주연배우가 빠지면 모양새가 좋을 수 없다. 따라서 노사정은 제2기 위원회 발족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 공정한 고통분담 급선무 ▼

정부는 노사의 현안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측은 IMF위기를 틈타 자행되고 있는 일부 기업의 탈법적인 정리해고를 즉각 중단하고 공정한 고통분담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기 위해서도 획기적 구조조정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끝으로 노측은 5,6월에 예정돼 있는 강경투쟁을 지양하고 모든 요구사항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는 노동계를 위해 제시할 발전적 방안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선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