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회담의 당사자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중재국인 미국 영국이 관여하는 ‘4각 중동평화회담’이 4일 런던에서 개막됐다.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회담의 회생여부를 판가름할 이번 런던회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 및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 각각 별도의 단독회담을 갖고 미국이 내놓은 중동평화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주선한 이번 회담은 그동안의 온갖 중재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이 모두 ‘더 이상의 양보 불가’를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열려 타결이 이루어지거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회담의 핵심의제는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의 철군 비율. 요르단강 서안 13%지역에서 철수를 요구하는 미국 중재안과 9%를 고집하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총리는 1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앨 고어 미 부통령과 회담한 후 “팔레스타인이 반(反)이스라엘 테러단체 단속강화 등 이스라엘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절반씩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렇게 될 경우 철수비율은 11%에 이르지만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9%선이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67년 6일전쟁에서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은 점령지. 93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40%지역에서 철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강경파 네타냐후총리가 지난해 동예루살렘 하르 호마에 유태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하고 이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들의 자살폭탄 테러가 잇따르면서 평화협상은 중단상태에 빠졌다.
네타냐후가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할 경우 예루살렘이 동서로 분할되고 궁극적으로 동예루살렘이 독립 팔레스타인의 수도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수 지역 비율은 40%에서 30%로, 다시 13%까지 줄어들었으나 이스라엘은 “13% 철수도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중동평화 중재노력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3% 철수안을 받아들일 뜻을 밝힌 아라파트수반도 “내년 5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선포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제2의 인티파다(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의 양보로 극적인 타협을 이루지 못할 경우 14개월째 교착상태를 보이면서도 그나마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중동평화회담은 파탄에 이르고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에 의한 대이스라엘 테러가 재발하는 등 중동평화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