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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700)

입력 | 1998-04-18 20:12:00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5〉

그날 아침 알리바바는 남자 노예 압둘라를 시켜 항아리 속의 시체를 모두 땅 속에 묻게 했다. 그리고 덧붙여, 이웃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게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기 때문에 압둘라는 한 마디도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고 서둘러 일에 착수했다. 그는 마당 한가운데다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서른여덟 개의 독을 한꺼번에 되는대로 던져 넣고는 흙으로 묻어버렸다. 흙으로 덮은 뒤에는 평평하게 바닥을 고르고 그 위에 대리석판을 덮었다. 이렇게 해서 그 저주받은 도적의 무리들은 깨끗이 처리되었다. 그 일이 있은 뒤 알리바바의 가족들은 기쁨과 축하 속에서 나날을 지냈다. 집안 식구들은 알라께 감사하며 싫증도 낼 줄 모르고 그 놀랄만한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알리바바의 아내와 아이들은 마르자나에 대하여 마음속 깊이 감사하며, 더욱 각별한 애정으로 대했다. 알리바바의 집에는 연일 웃음 꽃이 만발하였으니, 마당의 강아지마저도 전에 없이 경쾌하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카심이 죽은 후로 줄곧 카심의 가게로 나가 물건 파는 일을 해왔던 알리바바의 장남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우리 이웃에 새로 가게를 연 후사인씨는 참 친절한 분이에요. 그분은 저를 친조카처럼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벌써 다섯번이나 저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었어요. 그런 분께 어떻게 답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단 한번만이라도 그분을 모셔다가 대접해드렸으면 하는 것이 제 생각인데,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번번이 남의 대접을 받으면서도 답례하는 것을 미룬다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알리바바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아들아!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되지 않겠니. 옛말에도, 현명한 사람은 벗을 대접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친절한 분이 있다면 좀더 일찍 나에게 귀띔해주지 않고 그랬니. 마침 내일은 금요일이니 그분도 가게를 닫고 쉴 것이다. 내일 오후에 그분을 모셔다가 빵과 소금을 함께 나누기로 하자꾸나. 그분이 사양하더라도 꼭 모시고 오도록 해라. 다행히도 우리 집은 그런 아량있는 분을 대접할만한 형편은 된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아들은 몹시 기뻤다.

이튿날, 알리바바의 아들은 예배를 마친 뒤 상인 후사인을 만났다. 그는 후사인에게 잠시 산책이나 하자고 제의하여 자신의 집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때 알리바바는 미리 대문간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의 아들이 상인 한 사람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몹시 반가워하는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더없이 상냥한 얼굴로 아들과 아들이 모셔온 손님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 상인이야말로 약 한 달 전에 기름장수로 변장을 하고 알리바바의 집에 왔다가 부하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혼자서 숲 속 동굴로 달아났던 도둑의 두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감쪽같이 상인으로 변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리바바는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었다.